의식적으로 사는 연습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작은 선택들

by 김남정

하루를 돌아보면, 특별하다고 부를 만한 일은 거의 없다. 읽던 책을 조금 더 읽었을 뿐이고, 장을 보고, 메모를 몇 줄 적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어떤 날은 하루가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 무엇이 달랐을까 생각해 보면, 그날의 일보다 그날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랐던 것 같다. 아마 삶도 그런 방식으로 조금씩 달라지는 게 아닐까.


삶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달려 있다는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거창한 변화는 없어도, 이미 반복되고 있는 하루 안에서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기보다, 한 번쯤은 마음 위에 올려놓고 지나가 보려 한다.


그중에서도 글을 쓰는 시간은 하루의 결을 정리해 주는 순간이다. 그날 읽은 책, 본 영화,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라도 괜찮다. 나는 이런 조각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메모를 습관처럼 한다. 길을 걷다 떠오른 문장, 책갈피 사이에서 만난 한 문장, 기억해 두고 싶은 마음의 결 같은 것들이다.


이 메모들이 모두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조용히 사라진다. 하지만 적어두는 행위 자체가 하루를 붙잡아 준다. 오늘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는 느낌, 분명히 살았다는 흔적이 남는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라기보다, 하루를 조금 더 성실히 통과하기 위해 쓰는 기록이다.


기록의 형식은 늘 다이어리였다. 삶의 세세한 부분들을 지나치지도, 느슨하지도 않게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리는 너무 크지 않아야 하며, 책상 위에 두었을 때 눈에 잘 띄어야 한다. 나는 늘 딸이 건네주는 다이어리를 쓴다. 그 다이어리를 펼칠 때마다, 기록 너머로 딸의 마음이 함께 따라온다.


다이어리에 적는 내용은 특별할 것이 없다. 약속 시간, 일정들, 장 볼 목록, 떠오른 생각 몇 줄. 어떤 날은 아무것도 적지 않은 채 하루가 지나가기도 한다. 그래도 다이어리는 늘 곁에 있다. 삶을 과하게 통제하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흘려보내지는 않게 해주는 존재다.


장을 보러 가는 날이면 마음가짐도 조금 달라진다. 나는 그 순간만큼은 가장 좋은 것을 찾는 수집가가 된 것처럼 천천히 물건을 고른다. 싱싱한 채소, 제철 과일, 정직해 보이는 상인을 찾아내는 일에는 시간과 참을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로컬푸드를 찾는다. 누군가의 손을 거쳐 왔다는 감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장보기는 단순히 식재료를 사는 일이 아니다. 오늘의 식탁에 어떤 시간을 올릴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 가깝다. 바쁘다는 이유로 아무것이나 집어 들 때와, 잠시 멈춰서 물건을 살필 때의 마음은 분명 다르다. 그 차이는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로 돌아온다.


이런 작은 선택들이 삶을 극적으로 바꿔주지는 않는다. 여전히 해야 할 일은 많고, 마음이 가라앉는 날도 있다. 하지만 하루의 결은 분명 달라진다. 평범한 날들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조용히 받쳐주는 힘이 생긴다.


하루를 돌아보면, 여전히 특별한 일은 없다. 하지만 어떤 날은 그 하루가 또렷이 남는다. 그 차이는 아마도, 삶을 어떻게 바라보며 통과했는지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조금 더 마음을 쓰며 보낸 하루들이 쌓여, 결국 나를 나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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