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 우연이 준 작은 발견

노력 위에 찾아오는 행운의 순간들

by 김남정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법칙”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흔히 노력한 끝에 찾아오는 뜻밖의 행운을 뜻한다. 하지만 이 단어가 어디서 유래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8세기 영국 작가 호레이스 월폴(Horace Walpole)은 페르시아 동화 세렌 디프의 세 왕자(The Three Princes of Serendip)에서 이 개념을 처음 언급했다. 이야기 속 왕자들은 전설의 보물을 찾아 떠났지만 결국 보물을 손에 넣지 못했다. 대신, 여정을 통해 우연히 만난 사건과 사람들 덕분에 지혜와 용기를 얻는다. 월폴이 말한 ‘세렌디피티’란,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우연한 발견이었다.


우리는 종종 “운이 좋았다”거나 “하늘이 도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금만 돌아보면, 그 행운 뒤에는 보이지 않는 준비와 노력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행지에서 멋진 풍경 사진을 건지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그 한 장의 사진에는 장소를 찾기 위한 발품과 고민, 수많은 시행착오가 담겨 있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준비된 시간이 있다.


나 역시 그런 세렌디피티를 글쓰기에서 경험했다. 그동안 노트에 써온 글들을 정리해 브런치 작가로 신청했고, 다행히 승인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에세이스트’ 배지도 달게 되었다. 단순한 개인 기록이라 여겼던 글쓰기가, 나를 새로운 길로 이끌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이후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은 나의 일상이 되었다. 개인 기록에 머물던 글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이어졌고, 작년부터는 청탁을 받아 기사를 쓰는 기회도 생겼다. 꾸준히 써온 시간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들이다.


기억에 남는 감사함도 있다. 어느 날 브런치의 수담 작가님께서 내 이름 석자로 삼행시를 지어 주셨다. 예상치 못한 선물이었다. 그 삼행시를 보고 큰 기쁨과 감동을 느꼈다. 혼자 쓰는 기록이라 생각했던 글이,누군가의 관심과 응원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는 순간이었다. https://brunch.co.kr/@sudam/285


얼마 전에는 평소 관심 있던 주제를 정리해 올린 글에 대해 한 독자가 메일을 보내왔다.

“이 글 덕분에 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그 한 문장을 읽으며, 글쓰기가 나만의 기록을 넘어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는 장면을 떠올랐다. 알 속에 있는 동안 아무리 기다려도 병아리는 나올 수 없다. 자신의 주둥이로 알을 깨야만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기업에서 만들어 내는 혁신 제품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노력과 아이디어, 시행착오와 연구 끝에 비로소 세상에 나오며, 단순히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세렌디피티는 이렇게 다가온다. 가만히 기다린다고 찾아오지는 않는다. 준비하고, 시도하고, 실패를 거듭하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듯, 스스로 움직일 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물론 노력한다고 해서 언제나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인생에는 변수가 많다. 그러나 준비 없는 기다림만으로는 기회도 만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움직이며 스스로를 준비시키는 것뿐이다.


일상에서도 세렌디피티는 발견된다. 관심 있는 분야를 꾸준히 읽고 기록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만남 속에서 새로운 생각이 피어난다. 실제로 영화 세렌디피티(Serendipity) 속 주인공들은, 우연히 만난 기회와 선택이 쌓여 뜻밖의 인연과 행운을 만들어낸다. 영화 속 장면이 보여주듯, 우연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행운이 아니라, 준비된 사람들이 만나야 의미 있는 발견이 된다.


결국 세렌디피티란 삶 속에서 만나는 작은 발견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 위에 내려앉는 한 줄기 빛과도 같다. 오늘도 나는 그 발견을 위해 길을 걷는다. 어쩌면 그 길 끝에서, 뜻밖의 선물처럼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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