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고2' 보던 딸의 물음 "진짜 저렇게 여행했어요?

느림과 좌충우돌이 주는 작은 행복을 떠올리다

by 김남정

지난 주말(2월 7일), 딸들과 함께 거실 소파에 앉아 <풍향고2>(유튜브, ENA )를 봤다. 스마트폰 없이 종이 지도만 들고 여행을 떠나는 스타들의 좌충우돌 모습에 우리 집 거실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화면 속 유재석, 지석진, 양세찬, 이성민은 낯선 도시에서 길을 헤매고, 버스를 잘못 타고, 서로를 의지하며 당황스러워했다. 나는 웃음과 함께 묘한 향수에 젖었다. 딸들은 화면을 보며 물었다.



"엄마, 아빠는 진짜 이렇게 여행했어요?"



남편은 웃으며 답했다.



"그때 우리 젊을 때는 그랬지."



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작은 소리로 말한다.



"스마트폰 하나면 다 되는데 그땐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추억을 가득 채운 작은 실수와 우연들


image.png ▲유튜브 채널 뜬뜬 '풍향고2' 안테나플러스


나는 그 질문에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맞다. 우리는 앱 없이 여행했고, 길을 헤매고, 우연한 만남 속에서 길을 찾았다. 해외여행뿐 아니라 국내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운전하며 지도를 펼쳐 길을 찾아 헤매다 물어볼 땐 남편은 꼭 나를 앞세웠다. 그때는 그것이 불편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길 위의 작은 실수와 우연이 여행의 일부였고,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이 우리 추억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남편은 특히 맛집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스마트폰으로 예약하면 편하긴 하지만, 다들 가는 곳만 가서 재미없잖아. 진짜 맛집은 우연히 들어간 골목, 발품을 팔아야 발견할 수 있지."



"하지만 시간도 없고, 계획 안 맞으면 불편할 것 같은데…"



딸들은 아빠의 말에 효율성을 강조했다. 남편은 다시 한번 화면 속 멤버들을 보며 느린 여행의 묘미를 설명했다.


"봐, 길을 잘못 들고 헤매다가 우연히 만난 작은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발견하는 순간, 그 기쁨이 최고야. 지도 하나 들고 발품을 팔아야 느낄 수 있는 거지."


나는 그 대화를 들으며, <풍향고>가 단순한 예능이 아니라 세대 공감형 프로그램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스마트폰 없는 여행, 계획을 포기한 좌충우돌이 바로 인간적 순간을 만들어 내는 힘이라는 사실을 딸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었다.


나는 지도와 책자를 들고 여행하던 세대다. 스마트폰 앱도, 구글 지도도 없던 시절, 길을 잃으면 지나가는 사람에게 묻고, 지도 위에서 방향을 맞추며 걷는 것이 당연했다. 호텔 예약은 전화로, 맛집 정보는 가이드북과 현지인의 입 소문에 의존했다. 지금 젊은 세대가 상상할 수 없는 불편함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 속에서 여행의 즐거움이 피어났다.


<풍향고> 속 스타들은 바로 그 감각을 현대적 화면으로 보여 준다. 유재석은 지도만 들고 헤매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리더십을 발휘한다. 지석진은 어설픈 소통과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웃음을 주고, 양세찬은 에너지를 폭발시키며 상황을 풀어간다. 황정민과 이성민 역시 배우로서의 카리스마보다 인간적인 좌충우돌을 보여 주며 시청자에게 진정성을 전달한다.


예를 들어 시즌1의 베트남 하노이 편, 길을 잘못 들어 당황하는 장면은 단순한 웃음 요소가 아니다. 지도만 의지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서로 협력하고, 작은 성취에 기뻐하며, 예상치 못한 순간에 웃음을 터뜨리는 과정은 스마트폰으로는 느낄 수 없는 여행의 감각이다. 시즌2의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여정도 마찬가지다. 계획이 틀어지고 길을 헤매는 과정에서 생긴 우연과 당황, 협력, 그리고 그 속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은 오롯이 인간적인 경험이다.


불편하지만 인간적인 순간


나는 <풍향고>를 보며 세대 간 여행 감각 차이를 실감했다. 젊은 세대에게 여행은 앱과 SNS 중심일 테지만, 우리 세대에게 여행은 지도와 발걸음, 우연한 선택과 길 위의 만남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지금 다시 화면을 통해 떠올리게 되었다.


딸들과 남편의 대화를 떠올리며, 나는 깨달았다. 스마트폰 없는 여행이 주는 좌충우돌의 재미, 느리고 불편하지만 인간적인 순간, 그것이 바로 <풍향고>가 전하는 메시지다. 화면 속 멤버들이 길을 잃고 웃는 모습, 발품을 팔아 진짜 맛집을 찾는 모습은 우리 모두가 잊고 있었던 여행의 본질을 상기시킨다.


바람 따라 떠난 여행. 지도 한 장 들고 길을 헤매던 그 시절. 스마트폰이 없더라도, 계획이 틀어져도, 결국 웃고 당황하며 길 위에서 느끼는 작은 행복이 여행의 진짜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지금 현실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앱 없이 여행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풍향고>는 그 경험의 소중함을 화면 속에서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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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3205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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