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와 권위의 세계를 마주한 한 여성 관객의 기록 영화

영화 F 1 더 무비를 보고

by 김남정

" 브래드 피트는 여전히 멋있고, 박진감 넘치는 레이싱 경기, 음악이 대박이야."



라면서 엄마 아빠도 꼭 보라며 티켓까지 전송하는 다정한 딸들의 강력 추천에 「F 1 더 무비」를 관람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남편과 영화관으로 갔다. 영화 보다 훅! 밀려오는 더운 공기를 피하기 위한 발걸음이 빨랐다.



KakaoTalk_20250802_153417493_01.jpg ▲F 1 더 무비 영화 포스트브래드피트의 멋짐 모습입니다. ⓒ 영화포스터


극장 스크린이 밝아지는 순간, 나의 눈앞에 펼쳐진 건 압도적인 속도의 세계였다. F 1, 정해진 규칙 속에서 1초, 0.1초를 놓고 벌어지는 사투. 「F 1 더 무비」는 스피드와 기술, 전략이 교차하는 F 1 경기장의 이면을 담는다. 그러나 나는 멋진 브래드 피트나 레이스보다도, 그 안에 갇혀 있는 인간들의 목소리에 마음이 더 움직였다.


"이건 단순한 레이스가 아니에요. 우리의 삶이에요."


이 영화는 시속 300킬로미터의 세상을 달리는 드라이버들이 겪는 감정의 진폭, 그리고 그들이 매 순간 '살아 있음'을 증명하려는 존재의 무게를 보여준다. 영화는 무엇보다 '인간'에 주목한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여성의 눈으로 보게 된 건, 영화 속 등장인물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이 세계가 너무도 익숙한 구조, 경쟁과 속도, 승자만 기억되는 시스템을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인상적인 대사가 떠오른다.


"우리는 매 순간, 스스로를 입증하지 않으면 안 돼요."


이 말은 내게도 낯설지 않았다.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내가 누구의 아내이거나 누구의 딸이기 이전에 '나'라는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뎌냈던가. 성과로 환산되지 않는 감정노동, 가정 안에서의 희생, 사회적 평판의 기준에 짓눌리는 일상.


"내가 느끼는 감정을 말할 수 있는 건 드문 일이에요."


그 말은 수많은 여성의 마음속 깊이 묻힌 말들과 닮아 있다.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냉정함을 선택하면 '차갑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순간들.



그리고 영화는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는가?"


이 질문은 거창한 성공을 좇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방향을 되짚게 만든다. 우리는 너무 자주 외부의 기대에 따라 달려왔다. 가족을 위해, 조직을 위해, 사회의 틀 안에서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낼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 눈앞에 그려진다.



루이스 해밀턴은 조용히 털어놓는다.


"이 안에서 모든 감정은 가려져 있어요. 겁도, 고통도. 하지만 그게 없었다면 우리는 인간이 아니죠."


거대한 팀과 스폰서, 세계적인 중계 속에서 우리는 종종 F 1 드라이버를 '슈퍼히어로'로 생각하지만, 그들도 매 경기 죽음을 한 발짝 앞에 두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스릴보다 절제된 고백처럼 들렸다.


"우리는 늘 누군가의 기대를 짊어지고 달려요. 하지만 가장 먼저 부딪히는 건 나 자신이에요."


이 대사는 지금, 각자의 삶에서 달리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말처럼 들렸다.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끝까지 자신을 밀어붙일 수 용기가 중요하다는 걸. 영화의 마지막, 드라이버 중 한 명이 헬멧을 벗고 말한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나 자신을 믿는 거죠.


그 장면에서 나는 묘한 울림을 느꼈다. 누군가의 승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겨낸 자만이 진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 그러니 영화를 본 관람객들도 각자 자기 자신을 믿고 자기만의 결승선을 시원하게 통과하길 바란다.


KakaoTalk_20250802_155131036.jpg ▲시원한 맥주살엄음 동동 맥주를 마시며 영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우리는 잠깐의 불금을 즐겨 보기로 했다. 살얼음 동동 뜬 생맥주 잔, 그리고 영화 이야기 참 좋은 시간이었다. F 1 경기가 우리나라 영암에서도 열렸었다는 사실도 남편 덕분에 새롭게 알았다.



"영화에서 레이싱 중에 타이어를 교체하는 장면은 팀워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어."라고 하자



남편이 말했다.



" 자기 팀 비트박스에 정차해서 타이어를 교체하는 과정을 피트 스톱(pit Stop)이라고 하잖아."



남편이 멋져 보이는 순간이었다. 영화를 보고 몰랐던 레이싱 분야에 대한 관심도 생겼고 더불어 관련 용어도 알았다. 나는 이런 소소한 시간이 좋다.



「F 1 더 무비」는 단순히 레이싱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속도보다 깊은 곳에 있는 두려움, 책임, 희망을 담은 인간 드라마다. 우리가 각자의 인생이라는 트랙 위에서 끓임 없이 몰아붙이고 있는 지금, 이 영화를 통해 한 번쯤 멈춰 서서 묻고 싶다.

나는 나의 삶에서 주인공이었는가?



혹은 단지 조정석에 앉은 채 누군가가 설계한 레이스를 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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