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보건소 감염병대응팀입니다.
귀하의 자녀께서는 수동감시 대상자임을 알려드립니다.
11월 27일 토요일
10살 아들, 7살 딸을 함께 동네 피아노 학원에 보내고 있다. 몇일 전부터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4000명을 넘더니 내가 살고 있는 이 작고 한적한 동네의 피아노 학원까지 코로나는 잠입을 했다.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고, 토요일 코로나 검사를 받기로 했다. 엄마 몰래 유튜브에서 온갖 엽기 영상을 잘도 보면서, 예방주사 바늘에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우리집 아이들에게 코로나 검사는 10살, 7살 인생 최대 역경이라 말할 수 있다.
나는 전날 부터 이 꼬마들에게 코로나와 콧구멍의 상관관계,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장황하고 유치하게 이해시켜줘야 했다.
"내일 우리는 너희들의 은밀한 간식, 코딱지를 면봉에 묻혀야돼.
너희들 손가락이 굵니, 면봉이 굵니? 면봉은 훨~씬 가늘어.
뉴스에서 보면 면봉이 이렇게 길잖아~ 그거 절대로 그 만큼 콧구멍에 다 안들어가. 검사하는 아저씨들 손잡이야~
코딱지 팔 때 너네 아프니? 하나도 안아파~ 근데 잘못 빗나가면 손톱으로 찌르지? 가만히 있어야돼~
엄마는 동생 어린이집 보내려고 벌써 매달 4번째 선제검사 받았잖아~엄마가 검사할 때 아팠으면 차라리 동생 어린이집 안보내고 말지~ 받을만 하다니깐~
우리가 검사 안받으면 주변 사람들이 위험해질 수 있고 범법자가 돼~ 하얀옷 입은 사람들 말고 경찰관들이 올거야ㅎㅎㅎ"
아이들은 자신들 앞에 닥친 이 고난에 몸부림을 치며 소란이다.
벌써부터 피곤했다.
작년 독감예방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갔을 때 너희들이 보여줬던 한쌍의 메뚜기 난동을 재연하지 말기를.
나에게도 정말 충격과 공포의 현장이었다.ㅜㅠ
다행스러운건 올해 가을 독감주사를 맞추러 갈 때는 아들 녀석이 울지 않았다는 것이다. 절대 바늘을 쳐다보지 말라는 나의 특급 비결을 열심히 침 튀기며 연수시켜줬더니 효과가 있었다.
다음날 날씨가 무척 깨끗하고 투명했다. 아이들을 양 옆에 끼고 걷는 그 순간이 참 좋았다.
초3이 된 아들 녀석은 올 여름이 지나면서 어느 순간 집에서는 보이지 않는 모습을 밖에서 보여준다. 동네 놀이터를 지나 갈 때 쯤 아들 녀석이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고 멋진 척을 하며 걷는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우낀지. 작은 수컷 공작새가 보인다. 꼬마 녀석의 찔러넣은 손과 짝다리는 곧 나의 즐거움이 된다. 연신 큭큭대며 놀려대는 엄마, 7살 딸은 엄마의 관심이 오빠에게 쏠려있는게 금새 질투가 나 폴짝거리며 애교를 부리며 걷는다.
"난 너무 잘 생겼어"라는 말을 너무나 뻔뻔스럽게 해대는 아들 녀석의 자신감, 그리고 어디서 배웠는지 모를 이 허세를 엄마는 예방접종을 한다. 살면서 역변의 좌절을 경험한 바 "너 그러다 못생겨지면 어쩔라고 그러냐?"
검사소에 도착 후 일사천리로 접수 후 아들, 딸, 나 순으로 검사를 했다.
아들을 몰아넣고 얼른 빠져 나왔다. 엄마한테 기대지 말아라. 순식간에 검사를 마친 아들이 내 옆에 서 있다.
딸을 들여보내고 또 빠져 나왔다. 딸 녀석도 순식간이었다. 이 녀석들 울 틈이 없었다.^^
나도 검사를 마치고 나왔다. 얼른 양 팔을 벌려 이 녀석들을 품에 안고 궁댕이를 팡팡 두드려주며 잘했다고 호들갑을 떨어줬다. "그래 너 남자다, 이야~~!! 멋지다, 니 맘대로 멋진 척하고 걸어~!"
아이들은 콧구멍이 찡하다고 투정을 부렸지만, 검사소에서 울고불고 술래잡기는 벌어지지 않았기에 내 마음은 관대함 그 자체였다.
아이들이 자란 것 같다.
나 어릴적 초1 때 혈액형 검사한다고 손가락에 피 뽑는 날을 기억한다. 이 녀석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날의 피의 공포는 나는 의사는 되지않으리라는 결심의 동기가 됐다. 절대 성적과 무관한 결심었다.ㅋ
왼쪽, 오른쪽에 첫째와 둘째 손을 나란히 잡고 걸었다. 나의 롱패딩 자락이 의기양양한 드레스가 된 느낌이었다. 이 만큼의 성장이 오후의 햇살을 받아 더 싱그러웠다.
아들 녀석이 물었다. "엄마 나 코로나 검사 받았으니깐 오늘 할 일(공부) 안해도 돼요?"
"아니"
일요일 아침 저희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