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맥널리 잭슨에서 만난 그림책 'BODIES ARE COOL'
유독 재밌는 어린이 책을 많이 볼 수 있는 뉴욕의 독립 서점 맥널리 잭슨 북스(McNally Jackson Books)에서 흥미로운 그림책을 만났다. 바로 Tyler Feder의 'BODIES ARE COOL'. 이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우리의 몸이 어떤 모습이든지 그 자체로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것. 한 문장으로 끝날 수도 있는 주제를 이렇게나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만들어 냈다. 훌륭한 문학이란 그렇지 않던가. 말로 하면 크게 감흥이 없는 이야기를 독자들로 하여금 마음으로 와닿게 한다. 이 그림책 역시 뻔하지 않고 위트 있게,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충실히 전달하고 있다.
책의 첫인상이라 할 수 있는 표지부터 무척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따지고 보면 다들 홀딱 벗고 있으나 전혀 적나라하지 않고 오히려 동글동글한 것이 포근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이미 읽기도 전에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딘가 유쾌한 기운이 마구 뿜어져 나온다. 왜인고 가만 살펴보니 모두가 활짝 웃고 있다! 다들 한껏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수영을 하고, 일광욕을 즐긴다. 발레리나와 같이 마르지 않아도 발레복을 입고 토슈즈를 신은 채 발레를 한다. 모두가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해서 행복해 보인다.
자연스레 등장인물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집중하면서 이 사람의 뱃살이 나왔는지, 피부가 검고 흰지 혹은 다리에 털이 얼마나 많은지 등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재밌어 보이네', '나도 저기 있고 싶은데'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에 올라도 휠체어에 앉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가 전혀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마주하면 기쁘다. 저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작가의 의도를 돌아보게 한다.
미디어가 앞장서서 그릇된 미의식을 주입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이 더욱 사랑스럽다. 아이들도 언제든지 웃으면서 즐겁게 볼 수 있는 그림책이 품고 있는 큰 뜻이 반갑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아이도 어른도 내 몸과 너의 몸이 얼마나 다른지 보다 얼마나 쿨한지 느끼는 경험을 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