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섯 살쯤 됐을 무렵,
손 잡고 미술학원에 걸어가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아이 친구와 엄마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퇴근이 늦어져서 아이 미술학원에 못 데려다 줄 뻔했네요. 아이고 숨 차라!"
"워킹맘이라 정말 바쁘시겠어요."
"네. 어제도 남편과 싸우면서 육아 같이 안 하면 회사 그만두겠다고 단단히 경고했어요. 육아만 하시는 분들처럼 여유롭고 싶은데 저는 일도 같이 하고 육아도 같이 하니 남편이 더 잘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여유롭다,라는 말에 나는 조금 씁쓸해졌지만 딱히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아기를 키우기 전까지는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것처럼, 집에서 아이만 본다고 해서 그저 여유롭지는 않다는 걸 해보기 전까지는 모를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모두 아이를 키우며 고생하는 처지에 굳이, 편을 가르고 싶지도 않아 졌다.
그리고 내심 부러웠다.
나는 아이가 태어난 후로 직업을 적어야 할 때마다 괴로운 지경이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포기하고 온전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 쉴 틈 없이 바쁜 활동을 고작 '무직 혹은 전업주부'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을까.
"무슨 일 하세요?"
"저 그냥.. 아이 키우고 있어요."
의기소침해서 대답하는 내 모습은 그저 초라해 보였다.
아이를 바라볼 땐 기쁘고,
나를 바라보면 또 서글퍼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