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가든 빠지지 않는 얘기가 있다.
미래의 내가 내릴 선택들에 관한 얘기이다. 작게는 내일 저녁 메뉴에서부터 크게는 차나 집에 대한 결정들에 관한 얘기이다.
하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이 미래지향적 생각을 담당하는 뇌 구역이 다운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일은 더 나아질거야‘‘쥐 구멍에도 햇들날이 있을거야’‘그래도 살아가다보면 괜찮아질거야’라는 생각들을 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스스로 그렇게 해낼 수 있을거라 믿는 게 어렵다.
그래서 우울증 환자는 매일 처절하게 싸우고 있다. 자연스럽게 밀려오는 많은 부정적 생각들에 저항하고 버티는 것만으로 온 몸의 기력이 소진된다. 마치 밀려오는 무지막지한 밀물에 맨 몸으로 버티고 서있는 것처럼. 약은 도움이 되지만 만능이 아니기에, 그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힘든 우울증이기에, 그저 해줄 수 있는 말은 ’존버‘이다. 약과 함께, 내가 그나마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 버티다보면 뇌의 다운된 기능이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