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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 Mar 29. 2024

그래서 대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영미권 소설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톨스토이는 벽돌책 장편소설도 여럿 썼지만 재미있는 단편도 많이 남겼는데요. 분량은 짧지만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아이들이랑 읽기에 참 좋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포함한 그의 대표적 단편 세 작품을 살펴볼게요.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톨스토이는 1879년 여름, 북러시아로부터 온 민담가 쉐골레노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고대 러시아의 민담과 전설을 많이 듣게 되었어요. 그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토대로 단편과 우화를 쓰기 시작합니다. 구전되어 온 옛 이야기들은 대개 구조가 단순하고 인물의 성격도 명확합니다. 그리고 인물의 성격과 이야기의 결말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요. 그러므로 아이에게 굳이 이야기의 교훈을 전달하지 않아도 아이는 대개 저자의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합니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는 좋은 예입니다. 주인공 바흠의 성격과 욕망, 그리고 이야기의 결말을 연결하여 생각해보면 이야기의 주제와 작가의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요.     


 주인공 바흠은 더 넓고, 더 비옥한 땅을 소유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는 농부입니다. 땅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의 욕망은 더욱 커져 갑니다. 그는 농사짓기에 아주 좋은 땅을 가지고 있는 어느 부족과 거래를 하는데요. 일정 금액을 내고 해가 뜬 후부터 해가 질 때까지 걸어 다닌 만큼의 땅을 가지기로 한 것이지요. 단 하루해가 지기 전에 출발점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됩니다. 바흠은 원점으로 겨우 돌아오지만 너무 무리했던 까닭에 결국 죽고 그 자리에 묻히게 되는데요. “바흠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차지할 수 있었던 땅은 고작 2미터 뿐이었다.”라는 마지막 문장은 의미심장하지요. 책을 읽으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볼 수 있어요.      

 - 바흠의 성격은 어떠한가?

 - 이러한 결말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볼 수 있을까?

 - 만약 바흠이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결말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 이야기의 결말을 통해 톨스토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 작가가 이런 결말을 낸 것에 어떻게 생각하니?     


 아이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참지 못하고 어떤 행동을 했다가 후회했던 경험, 욕심을 부리다가 도리어 손해를 보았던 경험 등을 어렵지 않게 생각해낼 수 있을 거에요. 책의 내용과 자신의 경험을 연결 짓는 활동은 읽은 책을 '나의 책'으로 만드는 좋은 방법입니다.      


<두 노인>      

 <두 노인>은 순례길을 떠난 두 노인 옐리세이와 예핌의 이야기입니다. 길을 걷던 도중 옐리세이는 갈증이 났어요. 근처 농가에 들어가서 물을 한잔 얻어먹고 얼른 예핌을 쫓아가기로 하지요. 농가 안에 들어간 옐리세이는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가는 가족을 보게 되어요. 알고 보니 그 지역에 흉작이 들어 먹을 것이 너무나 부족했던 거에요. 옐리세이는 친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을 알면서도 불쌍한 가족을 차마 그냥 놔두고 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곳에 머물며 먹을 것을 사 오고 병든 이를 돌봐주며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밭과 목초지, 말도 한 마리 사줍니다. 돈과 시간을 다 써버린 옐리세이는 어쩔 수 없이 순례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지요. 예핌은 내내 친구를 기다리며 순례를 마쳤고요. 둘은 고향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흥부와 놀부>처럼 옛이야기는 성격이 대조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요. 옐리세이와 예핌 역시 많은 부분에서 대조적인 성격을 보여줍니다. 성격이 섬세하게 묘사되지는 않지만 성격을 짐작하게 해주는 행동들이 여러 차례 기술되어 있어요. 등장인물 분석은 이야기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치며 작품의 주제와도 긴밀히 연결되므로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은 언제나 도움이 됩니다. 특히 아이들은 흔히 등장인물에 자신을 대입하거나 주변 사람을 투영하며 읽기를 좋아합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어요.      


 - 예핌과 옐리세이의 성격을 비교해볼까?

 - 너는 둘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아?

 - 예핌과 옐리세이를 보며 떠오르는 사람이 있니?

 - 순례지 제일 앞자리에 예핌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던 것은 무슨 의미일까?

 -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생각해 볼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약속 시간에 늦어 친구를 오래 기다려본 경험이 있는 아이라면 옐리세이의 행동을 혹 다르게 평가할 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인물의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져보면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인지를 판단해보는 방향으로 생각이 발전합니다.     

 

 - 줄곧 친구를 기다리는 예핌의 기분은 어떨까? 

 - 옐리세이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니?

 - 마음에 드는 인물로 누구를 고르겠니? 그 까닭은? 

 - 네가 옐리세이라면 어떻게 하겠니? 

 - 만약 옐리세이가 병든 가족을 놔두고 떠났다면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가치 판단에 관한 질문을 어려워할 경우 먼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하도록 하면 도움이 됩니다. 다른 사람을 꼭 도와주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던 상황을 떠올려볼 수 있어요. 친구를 도와주려다가 오해를 사거나 문제가 생겼던 경험이 있는지 나누어 볼 수도 있지요. 먼저 부모의 관련된 경험을 말해주면 아이는 언제나 귀를 쫑긋하고 집중합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옛 이야기의 특징 중 하나는 단순하고 명쾌한 사건 중심의 줄거리를 갖는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출판사를 막론하고 톨스토이 단편선이라면 빠지지 않고 수록되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데요. 이 작품 역시 미하엘과 세묜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각각의 사건 안에 숨겨진 메시지가 결말에서 한꺼번에 드러나지요. 미하엘이라는 인물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데다가 일련의 사건들이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중간에 끊고 다음 날 읽자고 하니 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견디지를 못하더라고요. 


 이 작품은 흥미로운 사건들 뒤에 인생에 관한 묵직한 메시지가 따라오는 것이 마치 철학 동화같은 느낌의 작품입니다. 답하기에 어렵지 않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사건의 전개를 잘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 미하일은 무슨 문제를 가지고 있었지?

 - 미하일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지?

 - 미하일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 이들은 누구였지?

 -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되었지?     


 이 작품의 결말은 무척 강렬합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미하일이 찾아내야 했던 세 가지 질문 중 마지막 질문이며 톨스토이가 평생에 걸쳐 사색했던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작가의 대답이 작품의 결말에 생생하게 울려퍼지지요.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 아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뿐만 아니라 미하일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나는 어떻게 답하고 싶은지 대화한다면 아이의 생각이 한층 깊어질 것입니다.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염려함으로써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람은 오직 사랑으로만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톨스토이가 내놓은 답입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내 자신에 대한 염려, 자식에 대한 걱정에 매여 살아가는 듯 보여요. 우리를 옥죄고 있는 각자도생이라는 슬픈 시대 정신이 어느새 우리 아이들에게도 내면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요. 이런 세상에서 점점 커가는 아이에게 ‘다른 사람을 돌보고 사랑해야 한다’라는 교훈이 얼마나 큰 울림이 될지 사실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문득 ‘사는 게 이게 다가 아닌데’ 하는 마음이 들 때 아이와 함께 톨스토이 단편선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이 서로를 향한 진심어린 관심과 사랑이라는 톨스토이의 메시지는 언뜻 시대착오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그 어떤 것보다도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진리가 아닐까 합니다. 알고 보면 인생의 본질은 그리 어렵고 심오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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