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마무리하며, 불쾌한 포만감

내년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되자

by simon

입속에 억지로 음식을 밀어 넣어도, 입 안에서 천천히 식히고 조심스럽게 내보낼 지혜가 필요하다.

사람들과의 흔한 대화에도 그런 순간이 있다.

아직 요리되지도 않은 말을 내 입에 우겨넣으려는 사람들.

우리는 그걸 무례하다고 부른다.

대부분은 무시하고 지나간다.

그런데 무시는, 먹기 싫은 걸 꾸역꾸역 삼키는 것과 닮았다.

삼키는 순간은 조용하지만 나중에 남는 건 불쾌한 포만감이다.

기분은 묵직해지고 마음에는 쓸데없는 지방 같은 것들이 덕지덕지 붙는다.

거부하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입을 다물면 된다.

귀를 닫으면 된다.

하지만 그게 수도꼭지처럼 마음대로 열었다 닫았다 되는 사람만 가능하다는 게 문제다.

나는 주변에서 오는 정보를 지나치게 흡수하는 편이다.

나를 향해 날아온 말을 내가 원치 않아도 들여와 버린다.

그렇다고 상대 얼굴에 침이 튀도록 퉤하고 뱉어버리면 싸움이 된다.

그래서 나는 그 사이에 머문다.

삼키지도 않고 뱉지도 못한 채 입안에서 오래 씹는다.

우물우물, 계속.

넘기면 내가 다치고 뱉으면 서로가 다친다는 걸 아니까.

조급한 말들이 줄고 그제야 기다림이 생긴다.

그 기다림 속에서 나는 내 입에 남아 있던 것들을 조금씩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된다.

아주 조금씩 아주 조심스럽게.

침이 튀지 않게 상대를 찌르지 않게 나도 더 이상 삼키지 않게.

나이가 들면서 배운 지혜가 있다면 아마 이런 종류일 것이다.

무례한 말을 삼키지 않는 법.

그렇다고 던져버리지도 않는 법.

내 안에서 한 번 더 씹어 내 방식으로 정리해서 조용히 내보내는 법.


올해는 이제 끝났다.


내년에는 내 안에 쌓인 이 작은 지혜들을 고스란히 살려서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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