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의 목표는 올해도 '잘 자는 것'

by simon

2026년에 들어서서 브런치에 쓰는 첫 글을, 하필이면 "잠"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거창한 새해 계획이나 멋진 결심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행복 하나.

오늘 밤 잘 잘 수 있겠다는 확신이 내 하루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어주는지 나는 꽤 늦게 알았다.


몽테뉴는 "춤출 때는 춤을 추고, 잠잘 때는 잠을 잔다"는 식으로 삶의 순간을 한 번에 하나씩 살아내는 태도를 말했다.

잠도 예외는 아니다.

잠은 남는 시간이 아니라 삶을 현재로 되돌려 놓는 기술이다.

쇼펜하우어는 하루를 작은 삶에 비유하며 잠을 작은 죽음 같은 쉼으로 묘사하곤 했다.

자고 일어난다는 건 어제의 나를 잠시 내려놓고 새로 시작하는 일에 가깝다.

철학자들의 이런 생각은 멋있다.

하지만 내게 잠은 철학이기 전에 생존이었다.


3년 전, 내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잠이 오지 않아서 약을 먹어야 했고 그럼에도 중간 중간 깨어났다.

깨어난 순간의 밤은 유난히 텅 빈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 공백이 무서워서 베개 옆 패드에서 영상이 흘러나와야만 안심이 됐다.

누구에게는 사소한 습관일지 모르지만 내겐 밤을 버티기 위한 난간 같은 것이었다.

잠이 없으면 다음 날이 무너지고 다음 날이 무너지면서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악순환은 생각보다 쉽게 사람의 정신과 마음을 갉어먹는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건, 질 좋은 수면이었다.

깊게 잠들고 중간에 깨지 않는 수면.

그 단순한 형태의 밤이 내 몸을 회복시키고 마음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신기하게도 많은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채였지만 마음은 해결 가능한 상태로 느껴졌다.

잠을 잘 잤다는 사실 하나로 판단이 또렷해지고 말이 덜 꼬이고 하루가 덜 무거워졌다.

행복이란 결국 오늘을 감당할 만한 상태일 때 생기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실행하는 규칙들은 아주 단순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대단한 의지가 필요한 규칙도 아니다.

다만 이 단순함이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밤이 무너지면 내일도 같이 무너진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된 뒤부터 나는 잘 자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두게 되었다.


2026년의 첫 브런치 글을 잠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사소한 행복이 주는 긍정감은 생각보다 크다.

더 큰 성취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일의 나를 조금 더 선명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오늘 밤 잘 자는 일은 내가 내게 주는 가장 현실적인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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