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빨리 끝나길 바라며 밤을 가볍게 흘려 보낸 날이 많았는데, 막상 3월이 저물어가니 뭐가 이리 아쉬운 걸까.
돈은 못 벌지만 개인 시간이 많은 나는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며 인생을 보내고 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동년배 친구들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삶이다. 돈을 많이 벌어야지라는 목표도 없고, 훌륭하게 키우고 싶은 자식도 없다. 잔소리하는 아내도 없고 모셔야 할 부모님도 없다. 남들보다 몇 배는 자유롭게 살고 있다며 내 상황이 부럽다는 친구도 있다.
그런데 그 자유가 늘 가볍지만은 않다.
해야 할 일들이 넘치는 하루를 살아본 게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출근해서 사람들과 인사하고, 돌아서면 점심이고, 잠깐 쉬면 퇴근 시간이 되던 그런 날들이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한다. 비어 있는 시간을 의미 있는 무언가로 채우기 위해 뭐든 공부한다. 내가 정한 퇴근 시간이 되면 저녁을 먹고 책을 보거나 게임을 한다. 그게 꼭 하고 싶어서일 때도 있지만 대게는 비어 있는 시간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다.
그러다 가끔 예상치 못한 순간이 온다. 봄비가 내리던 어느 아침,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 키보드에서 손을 내려놓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40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이상하게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그날 하루가 조금 달랐다.
하지만 그런 순간은 하루에 한 번이면 많은 편이다.
대게는 저녁 10시라는 정상을 향해 산을 오르듯 하루를 버텨낸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겠지만, 나에게는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간신히 10시에 도달하면 졸리지도 않은데 잘 시간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눈을 감는다. 자고 나면 내일이 오겠지라는 당연한 사실에 안도하면서.
새벽 5시쯤 일어나 가볍게 아침을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어제처럼 비어 있는 시간들을 무엇으로 메울지, 오늘도 고민에 빠진다.
매일 일기를 쓰다 보면 날짜를 빼먹을 수 없다. 3월 27일이라는 숫자를 적어 내리는 순간, 공허함이 아쉬움으로 바뀐다. 벌써 3월 말이라는 사실과, 올해 들어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한꺼번에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올해가 끝나려면 아직 9개월이 남아 있다. 남은 시간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오늘도 조용히 의지를 다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