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그림자도 내 곁을 떠난다

by simon

밤이 되면 그림자도 내 곁을 떠난다.

불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외로움만이 남는다.

끝까지 따라오는 것은 결국 그것 뿐이다.


어쩌면 외로움은 특별한 감정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산다는 것은 원래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군가와 함게 웃고 이야기하며 하루를 보내지만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저녁에 잠들기 전까지 각자의 몸과 생각 속을 통과하는 시간은 결국 각자의 몫이다.

외로움이라는 그림자는 늘 그 곁에 붙어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고독이라 부른다.

일상에서는 조금 낯선 단어이지만 내게 고독은 피하고 싶은 감정이 아니라 스스로를 마주하는 시간에 가깝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던 내 결이 혼자 남았을때 또렷해진다.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을 욕망하는지 무엇을 끝내 놓지 못하는지 고독 속에서야 비로서 드러난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그 질문을 피해 갈 수 없을 때, 나는 결국 나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고독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나로 남게 하기 위해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 이런 생각을 적는 이유도 같다.

이 고독이 나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다듬고 있다는 것을.

고독은 나를 깍아내는 시간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시간이다.

타인의 기대, 막역한 불안, 설명되지 않은 욕심들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고 그 아래에 남는 것이 나의 본모습이라면 이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다.


백 년의 시간을 통과하는 고독처럼 오늘 또한 언젠가 나를 이루는 한 층이 될 것이다.

지금은 작고 사소한 날일지라도 이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나는 오늘도 고독을 유유히 통과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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