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바심과 함께 자랐다

by simon

"25년 6월 19일에 써 놓고 잊고 있었던 글"


나는 조바심이 만든 사람이다.


동시에, 조바심을 벗어나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늦었다는 감각은 한때 나를 휘감으며 괴롭혔지만 이제 나는 느린 속도의 의미를 알게 됐다.


타인의 시선에 맞추느라 방향을 잃던 내가, 드디어 내 속도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조바심은 언제나 나보다 앞서 걸었다. 마치 나의 발끝을 유심히 살피는 감시자처럼, 뒤에서 한 걸음만 느려도 내 등을 쿡 찔렀다.


늦게 시작한 공부, 남들보다 더 오래 걸린 선택, 그 모든 시간의 틈마다 조바심은 말을 걸어왔다.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해"

나는 그 목소리에 나는 순응했고, 때로는 저항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 목소리를 따라갔다. 조바심은 나를 쓰러뜨리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걷게 만들었다.


스물셋에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밤늦게 책상에 앉아 있으면서도 마음은 늘 다른 곳에 있었다. 부족하다는 생각이 매 순간을 조금씩 갉아먹었고, 나는 자꾸 더 많이, 더 빨리, 더 정확하게 하려 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그러다 느린 걸음으로도 닿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남들이 지나쳤을 자리에 나는 오래 머물렀다. 오래 머문 만큼 깊이 들여다봤고, 또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이 시간 안에서 생긴 것들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 됐다.


언제부터인가 조바심이 조용해졌다. 내가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곁에 있게 된 뒤부터였다. 해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조바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건 그것을 잊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일이다. 나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예전보다 덜 쫓기고 있다는 건 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아직 확신하지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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