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태어난 값을 못해서

계산: 값을 치루다

by 느루



“미안해”

“내가 강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

“아니야 나는”


3D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던 해였다.

그때 나와 시간을 같이 보낸 것은 주로 컴퓨터,

아침 8시에가서 5시까지 모니터만 쳐다봤다.


그외 시간도 모니터를 쳐다봤다. 일을 해야해서,


그렇게 다시 잠에 들고, 다시 일어나서, 다시

사이사이 시간이 나도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운동을 만나는 걸 택했다.


혹시 힘듦이 얼굴에 보여서 누군가,

”너 무슨 일 있어?“라고 물어보면

내가 지금 조급한 게 들킬까봐

숨죽여 살았다.


일상이 그 자체였다. 일년정도였나 그런 일상이,


포트폴리오 준비만 끝내면 쉬자,

그때가 되면 쉬자,

끝이 나자마자, 속이 울렁거렸다.


사실 몸은 계속 알려주고 있었다.

너 이대로면 부숴져,

학원에서 집까지 오는 길의 시간이

날아가버려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을때,


새벽에 몸을 바쳐 일하다 돌아온

내 집 앞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 비번에

서성일때,


이사 후 동사무소를 방문 했을때

이유없이

손이 떨리고 호흡이 가빠질때,


몸은 계속해서 너 이러다간,

살아남지 못한다고 ”도망“ 이라는 답지를

계속 알려줬을지도 모른다.



도망가는 법 먼저, 그거 먼저 배울걸

나는 왜 숨는 법 먼저, 그거 먼저 배웠을까,


엄마야, 세상에 내놓지만 말고

엄마야, 울면 “소리내 울지말라”는 말대신

나 좀 안아주지, 그럼 내가

엄마 품에 도망치면 되니까 언제든

그럼 그렇게 안 숨을 거였는데


아, 엄마는 자기에게 도망칠까

두려웠겠구나,

아, 맞다, 그랬겠다,


엄마는 엄마 혼자도 힘들었을텐데,

엄마도 혼자였으니까,

오늘은 엄마를 이해하는 척 할게,

내가 오늘은 평소보다 좀 더 지쳐서

누구도 미워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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