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베토벤의 죽음

슈베르트가 보낸 편지

by 황선형

1827. 3. 빈


1827년 3월 27일 아침. 빈 전역은 짙은 먹구름처럼 무거운 정적에 잠겼다. 전날 밤,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은, 마치 대륙을 가로지르는 지진처럼 유럽 전역의 음악가들에게 흔들림을 전했다.


신문에서는 베토벤의 서거를 알리는 기사로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제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서거하였다”, “한 타이탄이 쓰러졌다”, “베토벤의 마지막 시간들” 과 같은 격식 있고 정중한 타이틀로 서거를 알렸으며 추도문에는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작곡가가 세상을 떠났다.”, “천재는 죽었으나, 그의 작품은 불멸로 남으리.”, “교향곡의 거장이 영면에 들었다.” 같은 표현들이 쓰였다. 베토벤은 클래식 음악의 황금기인 고전주의의 꽃을 만개시켰으며, 또한 낭만주의 시대로 접어드는 안내자의 역할을 한 시대의 거장이었다.


슈베르트는 믿기지 않는 마음으로 그 장례식에 참석했다. 검은 외투를 걸친 채, 조용히 서 있던 슈베르트는 베토벤의 관이 천천히 묘지로 옮겨지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가슴 깊은 곳에서, 어딘가 허전하게 비어 있던 공간 하나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슈베르트는 그 무너짐의 형태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상실과 동시에 시작된, 무언가 새롭게 피어나는 의식의 울림이었다.


그날 밤, 집에 혼자 돌아온 슈베르트는 악보에 손도 대지 않은 채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촛불은 깜빡였고, 아무 음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정적만이 흘렀다. 하지만 슈베르트는 느꼈다. 그 침묵 속에, 오래전부터 맴돌던 하나의 화성, 하나의 주제가 그의 내면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슈베르트 : 베토벤은… 끝까지 완성했지. 자기 안에 있던 음악을, 인간을, 시간을… 끝까지 밀어붙였어. 나는… 아직 거기 닿지도 못했는데…


슈베르트는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합창’을 떠올렸다. 인류애, 영혼의 해방, 신을 향한 찬가. 베토벤은 무너지는 육신을 이끌고, 그 음악을 결국 써냈다. 그에 비해, 자신은 아직도 수많은 단편과 미완성 속을 헤매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을 대표할만한 교향곡조차 아직 완성된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날 밤, 슈베르트는 오히려 어떤 해방감을 느꼈다. 슈베르트를 짓눌러오던 ‘베토벤’이라는 이름이 이제는 하나의 별처럼, 자신의 머리 위에서 빛나는 존재로 떠올랐다. 베토벤은 ‘산 것’이 아니라 ‘남은 것’이 되었다. 베토벤의 음악은 이미 완결되었고, 자신은 이제… ‘시작할’ 차례였다.


슈베르트 : 이제 내 방식대로 나아갈 수 있다면…


슈베르트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 창 너머엔 여전히 빈의 어둠이 깔려 있었지만, 마음 속에는 어쩐지 한 줄기 음이 깃들고 있었다. 그날 밤, 슈베르트는 펜을 들어 흰 악보에 단 하나의 음을 적었다. 그 음은 '미완성'의 시작이자, '완성'을 향한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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