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서울, 런던, 빈의 연주회 리허설

슈베르트가 보낸 편지

by 황선형


2028. 1~10. 서울-런던-빈


연주회가 다가오고 있었다. 서울, 런던, 빈. 서로 다른 세 도시. 그러나 같은 악보를 손에 쥔 세 팀의 연주자들은, 하나의 꿈을 향해 각자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아니, 이제는 ‘美(미)완성 교향곡’이라 불릴 그 음악이, 각 도시에서 비로소 살아나고 있었다.


서울의 슈베르트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리허설 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연습하고 있었다. 민철은 매 리허설마다 객석 뒤편 가장 어두운 자리에 앉아, 마치 슈베르트의 숨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온몸을 세웠다. 때로는 악보를 덮고 눈을 감았고, 때로는 그 악보를 손끝으로 더듬듯 넘겼다. 슈베르트가 보내온 편지, 그 안의 호흡과 쉼표, 말줄임표까지도 음으로 구현하려는 듯한 집요함이 느껴졌다.


런던에서는 에드워드 하딩(Edward Harding)이 홀로 피아노 앞에 앉아 슈베르트의 선율을 되뇌고 있었다. 서울에서 날아온 악보에는 하딩이 노래해야 할 멜로디와, 반주 파트가 함께 실려 있었다. 하딩은 노래를 부르기 전 오래도록 침묵했다. 하딩의 눈은 악보 속 어떤 단어에 오래 머물렀고, 마치 옛 연인의 편지를 읽듯 그 뜻을 되새겼다. 하딩의 입에서 조용히 말이 흘러나왔다. ‘이건… 내 고백이야.’ 그 말은 누구에게 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 방 안에서는 메아리처럼 오래 남았다. 그는 그렇게 혼잣말을 읊조렸다. 그날 밤, 하딩은 오직 한 문장에만 집중하며 몇 시간 동안 단 한 소절을 반복해 불렀다. 하딩에게 이 곡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숨결처럼 느껴졌다.


빈에서는 아르페지오네 연주자 루카 브렌트(Luca Brent)가 연습 중이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도시, 그러나 그날 연습실에 울려 퍼진 음들은 한층 더 낯설고 조심스러웠다. 슈베르트가 상상한 B단조 교향곡의 파편들. 브렌트의 아르페지오네는 망설이다 멈추고, 속삭이다 다시 조심스레 이어갔다. 그 연습은 하나의 문장을 온전히 해석하려는 성스러운 의식처럼 느껴졌다. 악보에 기록되지 않은 ‘간격’들-쉼표, 멈춤, 어쩌면 눈물 같은 것들-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눴다. 그곳은 리허설이라기보다 음악을 되새기고 마주하는, 경건한 시간인 듯했다.


세 도시는 각자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이 향하는 음악의 ‘시간’은 같다는 것이다. 슈베르트가 마지막으로 숨겨놓았던 감정의 층위가, 그 도시들 위로, 사람들 마음 위로 하나씩 깔리며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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