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전용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런던스러움에 대하여
런던에서 뮤지컬은 무조건 봐야 한다. 배우들의 연기나 의상, 세트도 물론 고퀄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고풍스러우면서도 아담한 ‘전용극장’에서 뮤지컬 작품을 보는 경험이 아닐까. 극장 건물 바깥에서부터 내부 무대와 관객 좌석까지, 전용극장 공간에서 오는 엔틱한 분위기에서 이미 뮤지컬은 시작되는데 한국의 대형 공연장에서 느끼기 어려운 높은 수준의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
고풍스러운 소극장의 몰입감을 비롯하여 압도적으로 세련된 무대 디자인(세트, 조명, 의상), 거기에 아름다운 음악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까지, 모두 런던 뮤지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다. 게다가 이렇게 완성도 높은 고퀄의 뮤지컬을 한국에 비해 딱히 더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볼 수 있는 데다가 매일매일 공연을 하니까 표를 구하기도 쉽고, 소극장이다 보니 웬만한 자리에 앉아도 무대가 잘 보이니 뮤지컬이 이보다 더 좋기도 쉽지 않다.
나는 <오페라의 유령>과 <레미제라블> 두 작품을 봤는데 두 작품 모두 훌륭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오페라의 유령>은 각 씬들이 매우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은 편이고 <레미제라블>은 스토리텔링에 무게를 둔 서사적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오페라의 유령>은 작품의 무대 디자인이나 의상 등 시각적인 부분에서 내게 큰 만족감을 주었고 <레미제라블>은 영화로 이미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었다. 혹시 영어에 대한 부담이 크다면 <레미제라블> 영화를 먼저 보고 뮤지컬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뮤지컬 모두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본 <라이온 킹>보다도 훨씬 좋았다.
엔틱한 소극장의 분위기와 고급스러운 무대 디자인은 특히 런던이라는 도시 분위기와 아주 많이 닮았다. 때문에 짧은 유럽 여행 가운데 짙은 '런던스러움'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는 뮤지컬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또한 나처럼 뮤지컬을 좋아하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값비싼 뮤지컬을 보면서 실망감 쌓였던 분들에게도 런던의 뮤지컬을 강력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이미 위에서 언급한 뮤지컬을 다 봤거나 클래식한 명작이 아닌 새로운 스타일의 뮤지컬을 찾고 있는 분이 있다면 뮤지컬 ‘해밀턴’(런던 어학원 선생님 추천)도 고려해 보시길. 미국 역사를 담은 힙합 뮤지컬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뮤지컬 작품들과는 다르게 랩이나 R&B 스타일의 힙합 음악을 기반으로 하며 근래에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