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면서 든 생각 정리
아내와 2박 3일 동안 갔다 왔던 일본 오사카를 갔다 왔다. 그동안 휴양지만 갔는데 도시 여행은 처음이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앞에 있던 한 아버지와 딸의 모습이 기억난다. 딸은 비행기에서 일기를 쓰고 있었는데 처음 비행기 탄다고 하였다. 그 글을 보면서 저 친구는 지금이 얼마나 설레고 행복할지 보였다. 기내식도 추가하면서 그 아이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최선을 다 해주는 아버지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아빠와 함께 일본 가는 기억은 그 친구의 정서적 발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보면서 나중에 내 자식이 태어난다면 너무 어렸을 때보다는 어느 정도 성장해서 기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꼭 같이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추억을 쌓고 싶다.
생각보다 '세상은 넓다'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다. 그리고 어찌 보면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과 부모님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알려주고 싶다. 나는 어릴 때 해외여행은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어서 보니 그건 우리 부모님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나는 아직도 어린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부모님의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깨닫게 된다. 정말 감사하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직업과 학벌을 가지면서 사는 것보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도 인생이 망하거나 죽지는 않는다. 이런 생각이 한 번 비행기에서 떠올랐다. 하지만 적당히 벌면서 적당히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은 사는 것은 정말 어렵다.
결론은 어떤 일이든 본인이 행복하게 살고 먹고 살 수 있으면 된다. 각자의 기준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게 제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해외에 나가서 살고 싶은 게 아닐까? 나는 한국이든 해외이든 본인만의 기준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환경은 탓하고 싶지 않다.
난바/도톤보리는 뻔한 관광지일 수 있겠지만 난 그 뻔한 것에 대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로 보는 것과 내가 거기에 있어서 기억에 남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직접 가보지도 해보지 않고 별로라고 판단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볼 게 별로 없어'라고 말하던 어릴 적 내가 후회된다. 여행자의 마인드로 생각하면 내가 어디에 있든 그 장소에서는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이다.
진짜 여행은 계획에서 벗어나 생긴 우연함에서 시작된다. 아내는 우메다 정원을 꼭 보고 싶었지만 나는 너무 배가 고팠다. 그래서 서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싸우다가 근처에 있는 아무 라멘집을 갔는데 거기가 내 인생 라멘집이 될지는 몰랐다. 츠케멘이라고 면에다가 국물을 섞어 먹는 방식인데 정말 맛있었다. 이것만 먹으러 오사카 갈 정도이다. 탱글탱글한 면과 차갑지도 따뜻하지 않은 돼지 육수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현지인 밖에 없어서 영어도 안 되는 그런 식당이었지만 그런 투박함이 더 친절하게 다가왔다. 꼭 계획대로 해야만 좋은 기억을 남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아내와 행복하게 사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녀가 하고 싶은 것을 같이 하는 것. 그녀의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 그녀에게 상냥하고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하는 것. 그녀와 항상 같이 있는 것. 물질적인 행복감이 아닌 정서적 교감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감사함이 줄어들고 상대방의 호의와 배려가 당연하게 여겨진다. 나도 가끔 아내에게 그러지 않았나 생각한다. 인식은 하고 있으나 항상 아내에게 최선을 다하자.
일본은 정원으로 유명한데 게이타쿠엔은 작지만 인상적이었다. 고요하면서도 생기가 넘치지만 모든 생명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규율을 갖춘 이 작은 정원은 나의 마음을 치료해 줬다. 내가 원하고, 살고 싶고, 있고 싶은 그런 이상향이 이런 작지만 생명력이 넘치는 정원이 아닐까? 있을 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니 나는 나만의 안식처 있었다.
이렇게 좋은 추억만 있을 남기기 위해 더 현실적으로 살아야 한다. 매번 여행 같은 삶을 살아가면 노동하면서 얻는 즐거움과 감사함을 잃는다. 아내에게 "매번 이렇게 여행하면서 살고 싶다."라고 했는데 "그런 삶은 공허하다."라는 현명한 대답을 했다. 내가 그녀의 말이 현명하다고 느낀 건, 매일 반복되는 삶의 규율에서 벗어나 잠시 주어지는 휴식이야말로 여행을 진정으로 즐겁고 아름답게 만드는 이유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매번 여행 같은 삶은 감사함 보다는 지루함으로 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