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모부신의 'The Success Equation'에서 배우는 통찰
어느덧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창업가 여러분, 그리고 창업을 꿈꾸는 학생 여러분들은 이 계절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학교에서 스타트업을 가르치고 연구하면서 항상 "성공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붙들고 삽니다. '이 팀은 왜 성공했을까?', '저 팀은 왜 실패했을까?'를 고민하다 보면,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운(Luck)'의 영역을 마주하게 됩니다.
오늘은 마이클 모부신(Michael Mauboussin)의 명저 <성공 방정식(The Success Equation)>의 핵심 내용을 빌려, 우리 창업가들이 늘 고민하는 '운과 실력(Skill)'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우리는 흔히 성공한 사람의 모든 결정을 '실력'으로, 실패한 사람의 모든 결정을 '실수'로 치부하곤 합니다. 하지만 모부신은 이를 서사적 오류(Narrative Fallacy)와 결과론적 편향(Creeping Determinism)이라고 지적합니다.
사실 모든 성공은 실력과 운의 조합입니다. 빌 게이츠가 뛰어난 프로그래밍 실력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국으로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시대적 흐름과 결정적인 순간에 운이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창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치밀하게 사업계획을 세우고(실력), 밤새워 제품을 만들어도(실력), 갑작스러운 규제 변화나 경쟁자의 등장 같은 외부 요인(운)에 의해 결과가 뒤바뀔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부신은 모든 활동을 '운-실력 연속체' 위에 놓고 보라고 조언합니다.
순수 실력 영역: 체스나 달리기처럼 노력과 실력이 결과로 직결되는 분야입니다.
순수 운 영역: 슬롯머신이나 로또처럼 오로지 운이 지배하는 분야입니다.
창업은 어디쯤 있을까요? 아마도 실력과 운이 복잡하게 섞여 있는 중간 어디쯤일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통찰은 "운이 중요한 분야일수록 단기적인 결과보다 장기적인 과정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의사결정(Process)이 나쁜 결과(Outcome)로 이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나쁜 의사결정이 운 좋게 대박(Outcome)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제가 창업가들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부분은 바로 **'약자의 전략'**입니다.
모부신은 '블로토 대령 게임' 이론을 빌려, 강자(Favorite)와 약자(Underdog)는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본과 자원이 풍부한 대기업(강자)은 기존의 방식대로 정면 승부를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가진 것이 적은 스타트업(약자)은 대기업과 똑같은 방식으로 싸워서는 이길 수 없습니다. 기존의 룰 안에서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 합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골리앗이 예상한 '접근전(칼싸움)'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원거리전(돌팔매)'이라는 새로운 규칙을 들고나왔기 때문입니다. 우리 스타트업들도 기존 시장의 문법을 따르기보다, 전혀 새로운 가치 제안으로 시장의 룰 자체를 재정의할 때 비로소 승산이 생깁니다.
마지막으로 '실력의 역설(Paradox of Skill)'이라는 개념도 흥미롭습니다. 경쟁자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승패를 가르는 것은 오히려 '운'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실력을 갈고닦는 것을 멈추지 말되(의도적 연습), 결과에 겸허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실력'의 영역에서는 치열하게 노력하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운'의 영역은 받아들이고 대비하는 자세, 이것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현대적 해석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실력의 영역에서 싸우고 계신가요, 아니면 운의 영역에서 기회를 엿보고 계신가요? 이 책이 여러분의 성공 방정식을 푸는 작은 실마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 운과 실력, 혹은 창업 전략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나 질문이 있으시면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