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아이스호텔(Icehotel)의 경이로운 생명주기
어느덧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바람이 불어옵니다. 창업가 여러분, 그리고 학생 여러분은 이 추운 계절을 어떻게 맞이하고 계신지요?
보통의 비즈니스나 건축물은 '영원함'을 꿈꿉니다. 한 번 지으면 100년 가는 건물을 짓고 싶어 하고, 한 번 창업하면 대대손손 이어지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 하죠. 하지만 오늘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매년 봄이 되면 스스로 녹아 없어져 버리는, 그럼으로써 매년 새롭게 태어나는 스웨덴의 '아이스호텔(Icehotel)' 이야기입니다. 이 호텔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혁신'과 '우연', 그리고 '순환'에 대해 꽤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스웨덴 북극권의 작은 마을 유카스야르비(Jukkasjärvi). 이곳에 위치한 아이스호텔의 시작은 거창한 사업 계획서(Business Plan)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1989년, 설립자 잉베 버그크비스트(Yngve Bergqvist)는 그저 얼음으로 만든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었죠.
어느 날 마을의 숙소가 동이 나자, 그는 갈 곳 없는 방문객들에게 "갤러리 안에서 따뜻한 침낭을 덮고 자보라"고 제안했습니다. 이것은 철저한 기획이라기보다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기응변(Bricolage)에 가까웠습니다[1]. 그런데 놀랍게도 손님들은 얼음 속에서의 하룻밤에 깊이 매료되었습니다. 숙소 부족이라는 '문제'가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된 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창업 현장에서 자주 목격하는 '우연한 발견(Serendipity)'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완벽한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작은 시도라는 것을, 아이스호텔의 탄생 비화가 다시금 증명해 줍니다.
아이스호텔의 가장 큰 특징은 '일시성(Temporality)'입니다. 토르네강의 얼음으로 지어진 이 호텔은 겨울 한 철 화려하게 빛나다가, 봄이 오면 녹아서 다시 강으로 돌아갑니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비효율의 극치일 수 있습니다. 매년 건물을 다시 지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일어납니다 [2].
건물이 녹아 사라지기에, 아이스호텔은 매년 새로운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전혀 다른 디자인으로 재탄생합니다. 고정된 자산(Asset)에 얽매이지 않고 매년 스스로를 '리부팅'하는 셈입니다. "매년 스스로를 바꾸고 새롭게 하는 살아있는 예술 전시회"라는 평가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고인 물은 썩지만, 강으로 돌아가 다시 흐르는 물은 생명을 잉태한다는 자연의 섭리를 비즈니스에 그대로 구현한 것이죠.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방식 또한 흥미롭습니다. 아이스호텔은 내부 직원만으로 호텔을 짓지 않습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150여 개의 아이디어를 공모 받아, 다양한 배경을 가진 15개 팀의 아티스트를 선정합니다. 일종의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입니다.
여기에 기술적 뒷받침도 빠지지 않습니다. 순수한 얼음만으로는 거대한 구조를 지탱하기 어렵기에, 눈(Snow)과 얼음(Ice)을 혼합한 '스나이스(Snice)'라는 신소재를 활용합니다. 2톤짜리 얼음 블록과 첨단 소재, 그리고 전 세계 예술가들의 집단지성이 만나 6주 만에 거대한 호텔을 완성해 냅니다.
아이스호텔은 봄이 되면 미련 없이 녹아 강으로 돌아갑니다. 그 '소멸'이 있기에 다음 겨울의 '재탄생'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때로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나, 내가 공들여 만든 제품(Product)이 영원하기를 바라며 그것을 붙들고 있느라 새로운 계절이 오는 것을 놓치곤 합니다. 하지만 혁신은 쥐고 있는 것을 놓을 때, 즉 과거의 유산이 강물처럼 흘러가게 둘 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지금 무엇을 꽉 쥐고 계신가요? 혹시 그것이 녹아야 할 때를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아이스호텔의 투명한 얼음을 보며 생각해 봅니다.
[1] 레비 스트로스(Lévi-Strauss)가 제시한 개념으로, 한정된 자원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의미하며, 창업 초기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량입니다.
[2]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주장한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으로,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 혁신이나 비즈니스의 생명주기에 관한 의견이나 질문이 있으시면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