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알던 창업 공식은 틀렸다

불확실성을 돌파하는 창업가의 접근 방식, 이펙추에이션

by 심재후

우리는 흔히 성공한 창업가란 철저한 시장 분석으로 기회를 포착하고, 명확한 목표를 세운 뒤, 발생 가능한 모든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치밀한 전략가'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비즈니스 스쿨에서 배워온 전형적인 성공 공식, 즉 인과론적(Causation) 접근입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이 공식이 통할까요? 버지니아 대학교의 사라스 사라스바티(Saras Sarasvathy) 교수는 수십 년간 '전문 창업가(Expert Entrepreneurs)'들을 심층 연구한 끝에, 그들의 머릿속에는 우리가 알던 것과는 정반대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바로 '이펙추에이션(Effectuation, 실현화 이론)'입니다. 오늘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통제 가능한 기회로 바꾸는 전문가들의 5가지 생각의 기술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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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표가 아닌 수단에서 시작하라: '손안의 새(Bird-in-hand)' 원칙

첫 번째 원칙은 '손안의 새'입니다. 보통의 창업 교육은 "10년 뒤 1조 원 가치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거창한 목표(Goal-driven)를 세우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전문 창업가들은 다릅니다. 그들은 "지금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즉 가용 수단(Means-driven)에서 출발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Who I am): 나의 가치관, 성격, 취향

나는 무엇을 아는가 (What I know): 나의 전공, 경험, 지식

나는 누구를 아는가 (Whom I know): 나의 인적 네트워크

미래의 거대한 시장을 쫓는 대신, 지금 당장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자원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는 것. 이것이 불확실성을 돌파하는 가장 현실적인 닻(Anchor)이 되어줍니다.


2. 기대수익은 잊어라: '감당 가능한 손실(Affordable Loss)' 원칙

전통적인 경영학은 '기대 수익(ROI)'을 계산하고 투자를 결정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문 창업가들은 정반대로 행동합니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내가 최대로 잃어도 괜찮은 것은 얼마인가?"를 먼저 묻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문 창업가의 85%가 기대 수익보다 '감당 가능한 손실'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렸습니다. '얼마나 벌 수 있을까'를 예측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어디까지 잃어도 내 삶이 무너지지 않는가'를 정해두고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입니다.


3. 경쟁자보다 파트너: '크레이지 퀼트(Crazy Quilt)' 원칙

잃어도 되는 범위를 정했다면, 다음은 '경쟁 분석'이 아닙니다. 바로 "누가 나와 함께할 것인가?"를 묻는 것입니다. 크레이지 퀼트(조각보) 원칙은 정해진 도안 없이 조각천을 이어 붙이듯,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엮어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전문 창업가들은 경쟁자를 신경 쓰기보다, 내 아이디어에 기꺼이 헌신할(Commitment) 파트너를 찾아 나섭니다.

"누가 동참하는가에 따라 사업의 목표가 바뀐다." 이것이 그들의 믿음입니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든든한 파트너와 함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Create)' 내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4. 레몬을 받았다면: '레모네이드(Lemonade)' 원칙

"인생이 당신에게 레몬(시련)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네 번째 원칙은 예상치 못한 사건이나 뜻밖의 결과(Surprises)를 문제로 보지 않고,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는 태도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전문 창업가들이 전통적인 '시장 조사'를 불신한다는 점입니다. 시장 조사는 변수(레몬)를 제거하기 위한 행위이지만, 창업가들은 오히려 변수 속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레모네이드)를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책상 앞의 분석보다, 제품을 들고 고객을 만나며 부딪히는 과정에서 나오는 '의외의 반응'을 즐깁니다.


5. 예측 대신 통제하라: '비행기 안의 조종사(Pilot-in-the-plane)' 원칙

마지막 원칙은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세계관입니다.

인과적 논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통제할 수 있다."

이펙추에이션: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면, 예측할 필요가 없다."

전문 창업가에게 시장은 예측해야 할 날씨가 아니라, 직접 조종해야 할 비행기와 같습니다. 2004년 민간 유인 우주 비행에 성공한 버트 루탄이 자동 항법 장치 대신 조종사의 수동 제어를 고집한 것처럼, 전문 창업가들은 자신의 행동으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바로 비예측적 통제(Non-predictive Control)의 핵심입니다.


맺으며: 당신은 무엇을 '만들' 수 있습니까?

이펙추에이션은 단순히 몇몇 천재적인 창업가의 성공담이 아닙니다. 이것은 누구나 배우고 훈련할 수 있는 '생각의 기술'입니다. 지금 당장 거창한 사업 계획서나 시장 분석 보고서를 쓰는 대신,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의 나, 내가 아는 것, 내가 아는 사람으로 당장 무엇을 시작할 수 있을까?"

미래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 이펙추에이션이나 창업가적 사고방식에 대한 의견이나 질문이 있으시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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