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 대한 환상을 깨는 3가지 진실

성공한 창업가들은 '계획'하지 않고 '발견'한다

by 심재후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거나 예비 창업가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여전히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의 신화에 갇혀 있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차고에서 떠올린 위대한 아이디어 하나로 세상을 바꾸는 천재적인 모습 말이죠. 하지만 10년 넘게 창업 현장에 있었던 제 경험과, 지금 연구자로서 분석하는 데이터들은 그 낭만적인 통념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성공적인 창업가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고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가진 창업에 대한 상식을 뒤엎을, 조금은 불편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세 가지 반직관적인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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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공은 ‘목표’가 아닌 ‘수단’을 살피는 데서 온다

성공한 창업가들이 만드는 첫 번째 사고의 전환은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는 10년 뒤에 우주 여행사를 만들 거야"라는 거창한 목표를 먼저 정하고, 거기에 필요한 자원을 모으는 '인과관계 논리(Causal Logic)'에 익숙합니다. 이는 대기업 관리자들이나 MBA에서 가르치는 전형적인 방식이죠.

하지만 사라스 사라스바티(Saras Sarasvathy)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노련한 창업가들은 정반대의 접근법인 '실효적 논리(Effectual Logic)'를 사용합니다[1]. 그들은 목표가 아니라, "지금 내가 가진 수단이 무엇인가?"에서 시작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Who I am)

내가 무엇을 아는지 (What I know)

내가 누구를 아는지 (Whom I know)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려고 애쓰는 대신, 지금 내 주머니에 있는 것들을 조합해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야생의 창업 환경에서 살아남는 가장 현실적인 생존 전략입니다.


2. 당신의 사업을 망하게 하는 것은 '계획 부족'이 아니라 '고객 부족'이다

이러한 수단 중심 논리를 실천적으로 옮긴 것이 바로 에릭 리스(Eric Ries)의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방법론입니다. 많은 분들이 완벽한 사업 계획서(Business Plan)를 쓰고,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은 그들의 실패 원인이 계획이 부족해서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명언처럼, "새로운 벤처는 계획 부족으로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부족으로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최소 기능 제품(MVP)'입니다. 완벽한 제품을 위해 자원을 소진하는 대신, 지금 당장 만들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제품을 시장에 던져보는 것입니다. 창업의 성패는 책상 위에서의 계획이 아니라, '만들기-측정-학습(Build-Measure-Learn)'이라는 피드백 루프를 얼마나 빨리 돌리느냐, 즉 고객의 문제에 얼마나 깊이 집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3. 다시 일어서는 힘은 ‘창업 기술’이 아닌 ‘창업가 정체성’에서 나온다

창업의 길은 실패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창업가가 첫 번째 큰 실패를 겪은 후 그 길을 영원히 떠나버리곤 합니다. 왜 그럴까요? 연구자들은 그 원인이 창업 교육이 지나치게 '사업 개발 활동(VDA)'에만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사업 계획서 작성이나 자금 조달 같은 기술적인 것들만 가르치다 보니, 정작 이 험난한 여정을 버티게 하는 내면의 힘인 '창업가 개발 활동(EDA)'은 소홀히 다루어지는 것이죠.

성공적인 연쇄 창업가들은 사업을 운영하지 않는 '공백기(White Spaces)'에도 자신을 창업가로 인식합니다. 실패를 '끝'이 아닌 '학습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힘, 사업이 망해도 '나'는 무너지지 않는 힘은 기술이 아니라 견고한 '창업가 정체성(Entrepreneurial Identity)'에서 나옵니다. 이것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가장 강력한 심리적 자본입니다.


맺으며: 당신은 어떤 창업가가 될 것인가?

성공적인 창업가의 여정은 지도 위에 그려진 매끈한 직선이 아닙니다. 그것은 먼 곳의 보물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손에 있는 도구(수단 중심)를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내 머릿속의 계획이 아닌 고객(고객 중심)을 나침반 삼아,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단단한 마음(정체성)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습니까? 그리고, 당신은 어떤 정체성을 가진 창업가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1] Sarasvathy, S. D. (2001). Causation and effectuation: Toward a theoretical shift from economic inevitability to entrepreneurial contingency.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 창업가정신이나 린 스타트업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나 고민이 있으시면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