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빠의 고향, 그 미지의 세계

by 성게를 이로부숴

광안리 바다를 코앞에 둔 어느 언덕배기에 있던 집에 도착한 날, 아빠의 손과 동생의 손을 잡고 대문을 올려다보던 기억이 생생함에도 꼭 판타지 세상에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진다.


국민학교 1학년에게는 이사 간 새 집의 대문을 넘는 것도, 어디 던전을 탐색해야 하는 임무처럼 비장하기까지 했다.



ChatGPT Image 2025년 12월 6일 오후 09_51_54.png



끼이익-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삿짐센터 아저씨들이 바쁘게 오간다.


“여기! 거기! 아니 그건 저기!”


아저씨들을 피해 마당의 포장석을 조심스레 밟는다.


“잘못된 색을 밟으면 화살이 나올지도 몰라!”


동생과 나는 인디아나 존스 박사처럼 계단을 올라 현관으로 기어 들어간다.


“신발은 아직 벗지 마.”


엄마는 부엌과 거실을 바쁘게 오간다.


차가운 집 안의 공기보다 더 차가운 새 집의 벽을 손으로 더듬는다.


“내 방은 저기가 좋겠어.”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작은 방이 눈에 띈다.

다른 공간으로 빨려들 것 같은 미지의 공간,

망설이는 찰나 조심성 없는 동생이 우다다다 뛰어든다.


“여기는 우리 방!”


물이 가득 담긴 팽팽하게 부푼 마음에 우다다다 쏟아진 새 물이 철렁, 넘친 마음속 물 바가지를 채 닦기도 전에, 칠칠치 못한 마음으로 동생을 잡으려 방으로 달려든다. 불 꺼진 방 안은 못내 으스스하다.


오랜만에 보는 삼촌이 “얘들아. 안녕.” 하고 들어선다.


나는 부산 사촌들이 하는 “아지아!”를 외치고 싶었으나 차마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삼촌과 우리 사이에 있던 커다란 장애물인 그놈의 부산말, ‘아지아’.


결국 나는 쑥스러워 고개를 숙이며 “삼촌 안녕하세요.”하고 만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부산 사투리 비슷한 억양을 되뇐다. 개구쟁이 동생도 삼촌 등에 올라타지 못하고 까만 눈을 반짝이며 우물쭈물하고 섰다.


“형수님, 고생 많았습니다. 멀지예? 참말로.”


나는 삼촌의 말투를 유심히 듣고 마음속으로 따라 한다.


‘참말로. 참말로…’


혓바닥에서 돌돌 구르기만 한다.


부산 생활의 진정한 시작은 외국어 같은 멋진 언어를 듣는 일이다. 너울거리는 바다처럼 높낮이가 다른 울렁이는 말들이 달콤한 쪽자처럼 녹았다 부푼다.


쪽자, 쪽자. 쪽…자….


설렘과 어색함이 공존하며 입안이 달콤 쌉싸름하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부산 생활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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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자를 아시는 분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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