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극장Ⅱ

Meet Perry There | 16.

by 성게를 이로부숴

실컷 자전거를 탔더니 머리가 엉망이다. 오솔길을 걸어 다녔더니 이끼와 흙이 묻어 신발과 바짓단이 엉망이었다. 호텔 로비에서 불피우스 씨가 반갑게 맞이했다.


“탐정님, 좋은 저녁입니다.”


“좋은 저녁입니다. 탐정이라뇨.”


“마침 세탁이 다 되었답니다. 방으로 가져다 드릴까요?”


“생각보다 빠르군요. 고맙습니다.”


“오늘 저녁에 필요하실 지도 모르니까요. 저녁 식사 약속에는 잘 손질된 셔츠가 필요하죠.”


불피우스 씨가 빙그레 웃었다. 그는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신사분에게는 언제나 갈아입을 셔츠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제가 가지고 올라가지요.”


“그러시겠습니까?”


다른 손님이 무언가 물으려 다가옴에도 불피우스 씨는 여전히 이 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시선이 불편해 먼저 인사를 건네고 돌아섰다.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표정은 왠지 굳어 있었다. 피에로가 관객을 향해 웃다 포즈를 바꾸는 순간 차갑게 굳은 얼굴처럼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다림질 냄새가 남아 있는 빳빳한 셔츠로 갈아입으니 기분이 산뜻했다. 가방을 뒤져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보타이를 꺼냈다. 문제는 자전거를 타느라 흙투성이가 된 구두였다.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로키?”


문 앞에는 불피우스 씨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전해드릴 물건이 있습니다. 방금 이것이 미스터 임 앞으로 도착했거든요.”


그의 손에는 코팅된 고급스러운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호텔로 물건을 보낼 사람을 떠올렸다.


“혹시 어디서 보냈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나는 쇼핑백 안을 살폈다. 안에는 쪽지가 들어 있었다.


‘굿 이브닝! 미스터 임에게 기쁜 마음으로 신발을 보냅니다. 발에 꼭 맞지 않으면 언제든 가게에 들르십시오. 마음에 들 겁니다. 그럼, H. Ratsmann’


불피우스 씨는 문을 닫지 않고 서 있었다. 나는 그에게 5유로를 건넸다. 그 얼굴에 미소가 돌았다. 빨리 신발을 신어보고 싶어 서둘러 문을 닫았다.


멋진 검은색 구두였다. 라츠만 씨의 세련된 안목에 놀랐다. 발이 미끄러져 들어갔다. 내 발을 그대로 본떠 만든 듯 처음 느껴보는 가볍고 부드러운 착용감이다. 적당한 밑창의 높이와 마음에 쏙 드는 구두코까지. 상상을 뛰어넘는 완벽한 맞춤 구두였다. 평생 라츠만 씨가 추천하는 구두를 사고 싶어 질 정도였다.


“역시 나는 운이 좋아.”




저녁 시간이 다가올수록 조금 긴장됐다. 서늘한 밤공기를 가르며 걸어간다. 검은 커튼이 드리워진 카페 파블로, 그 틈 사이로 황금빛 조명이 새어 나왔다. 그 입구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새오 씨?”


“안녕하세요.”


그녀는 놀란 듯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별 일 아니라는 듯 인사를 건넸다.


“오늘 추리 게임에 참가하는 건가요?”


새오의 동그란 이마에 조명이 떨어졌다.


“네, 맞아요.”


역시 목소리에 냉정한 데가 있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여긴 광고 같은 건 안 하는데요.”


“초대장을 받았거든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초대장이 있었군요. 몰랐어요.”


“그래요? 그럼 새오 씨는 어떻게 오게 됐어요?”


나는 탐정의 촉을 발휘했다. 그녀는 대답에 뜸을 들였다. 그러더니 쉽게 알려줄 수 없다는 미스터리한 미소를 지었다.


“벌써 시작됐어요. 뭐든 세심하게 봐 두도록 하세요.”


나는 새오를 따라 들어갔다. 홀에는 작은 조각상이 조명을 받으며 전시되어 있었다. 손바닥 만한 나무 조각상으로 온 세상의 근심을 다 짊어진 지친 남자가 턱을 괸 모습으로 파리한 조명을 받고 있었다. 널찍한 홀을 둘러보았지만 페리도 로키도 보이지 않았다. 일행 없이 홀로 덩그러니 앉아 있고 싶지 않았다.


“같이 앉아도 될까요?”


“대체 누가 초대장을 줬죠?”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곁으로 갔다.


“아 그게. 잠깐만요. 그날 로키에게 줬던가?”


시선이 느껴졌다. 그녀는 나를 관찰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여기 점원이 줬는데…. 작은 쪽지같이 생겼어요.”


“혹시 그 사람이 이 홀에 있어요?”


사람들로 점점 채워지는 홀을 쭉 둘러보았다.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 사이로 날카로운 눈빛으로 여기저기를 관찰하는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글쎄요. 안 보이는데요.”


“그 사람 어떻게 생겼는데요?”


“그게….”


모르는 사람에게 모르는 사람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그녀의 얼굴이 잘 떠오르다 이내 흐릿했다. 외국인들의 눈과 코는 상상보다 더욱 깊거나 높다.


“전체적으로 호리호리한 느낌인데. 중성적이에요. 머리가 짧았던가…. 머리를 묶고 있었나?”


새오는 별로 얻어낼 것 없는 설명에 미간을 살짝 구겼다가 무표정 같은 미소를 지었다.


“친구분이 오시나요? 혹시 그분이 귀띔을 해 준 건 아니고요?”


“아니요. 초대장은 직접 받았습니다.”


“오늘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녀가 생긋 웃자 냉정한 기운이 사라졌다. 재즈 세션의 연주가 시작됐다. 그녀는 가볍게 리듬을 탔다.


“오늘 주제는 뭘까요? 재즈인가? 혹시 재즈 좋아해요?”


“네.”


“그것도 그럼 우연이네요.”


그녀의 말 중간중간이 끊겨 있었다.


“안녕? 정말 왔네?”


처음 보는 웬 젊고 마른 남자가 어깨를 두드렸다. 새오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그는 새오에게도 말을 걸었다. 독일어라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 분은 임은 씨를 잘 아시는 모양인데. 정말 모르세요?”


그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어디서 만났지?’


새오가 뒤로 살짝 물러났다.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알자스 와인과 날고기 같은 음악.”


그가 아니라 그녀다.


“이 분이 초대장을 줬군요.”


새오는 나를 두고 홀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그럼 좋은 밤 돼요! 난 이만 일하러 가야겠어요.”


그러더니 어깨를 붙잡고 뒤를 돌아와 귓가에 속삭였다.


“내 이름은 미나예요.”




나는 그녀의 감쪽같은 변장 실력에 놀랐다. 그녀는 십 대 소년의 모습을 하고 홀을 걸어 다녔다. 덩치 큰 남자가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 지난번 바를 지키던 남자였다. 그는 여전히 다소 험악한 얼굴로 홀을 주시했다. 새오가 나를 돌아보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미소를 지었다. 홀에는 유리잔을 든 사람들이 서서 음악을 들었다. 테이블마다 가려진 이름표가 세워져 있었다.


누군가 무대로 올라섰다. 방금 전까지 홀에서 샴페인 잔을 들고 여기저기 인사를 하며 대화를 하던 남자.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 자리를 안내했다. 카페 파블로의 누구에게도 내 이름을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리가 어떻게 배정될지 궁금했다.


“제-오!”


새오가 무대 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날씬한 몸매를 감싼 검은 미들 드레스가 잘 어울렸다. 그녀는 아담한 체구에 수수한 듯 보이는데도 알 수 없는 카리스마를 풍겼다. 그녀가 내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피아노 솔로가 시작됐다. 재즈 세션의 색소폰 연주자가 내려와 새오 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일페인트 광택처럼 능글맞은 미소와 기름을 발라 고정한 머리카락, 잘 가꾼 탄탄한 몸, 강한 턱 선이 한창의 젊음을 발산하는 잘생긴 녀석이었다. 그는 새오의 손을 잡고 이끌어 자리를 안내했다.


홀 안의 모두가 자리 안내를 받았고 홀 끝에 나만 남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런 것을 바란 건 아니었다.


“미스터, 홀 중앙으로 와 주시겠습니까?”


나는 뚜벅뚜벅 중앙으로 걸어갔다. 라츠만 씨의 구두에서 좋은 소리가 났다. 조명이 떨어졌다. 누이 부셔 잠깐 눈을 감았다 떴는데 앞에 미나가 서 있었다.


“앉고 싶은 자리 있어요? 아무 데나 골라요.”


나는 새오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색소폰 녀석이 가소로운 표정을 지었다. 녀석은 새오의 옆자리에 서서 입맛을 다시며 의자를 매만지고 커튼 뒤로 사라졌다. 나는 끝까지 그 녀석을 주시했다. 잘생긴 색소폰 연주자는 위험하다. 피아노 솔로가 끝나고 드럼 솔로가 흘렀다. 손님들에게 요리 카드가 전해졌다. 새오는 마티니를 한 잔 더 시켰다.


“친구분은 안 오셨네요.”


“그러게요.”


페리와 로키, 둘 다 오지 않았다. 조금 서운했지만 상관없었다.


“알자스 와인으로?”


미나가 다가왔다. 그녀는 매우 친근하게 옆으로 바싹 다가와 와인카드를 건넸다. 새오는 관심이 없는 척 굴었지만 나는 그녀가 내 쪽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번 카드는 오늘을 위한 거였습니까?”


“빙고! 날고기 같은 음악을 들으며 오늘 잡은 생고기를 먹는 건 어때요? 물론 그 송아지에서 나온 간 요리도 있고요. 제-오, 레드로 바꿀 거죠?”


주문을 받아 적던 미나가 물었다.


“잘 어울리는 걸로 부탁해요. 알자스 와인이 좋겠네요.”


모두 새오를 제오로 불렀다. 아무리 들어도 제오와 새오는 차이가 있지만 독일인들에겐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전채로 구운 간이 올라간 빵을 주문했다.


“조금만 기다려요. 친구들!”


미나는 일렉트릭 기타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돌아갔다. 드럼이 아니라 기타의 리듬에 맞춰 추는 기묘한 춤이었다. 바깥에는 지긋지긋한 부슬비가 내렸다.




전채 요리가 한참 나오는 중 출입문 커튼이 걷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턱시도를 입은 훤칠한 남자가 홀에 들어섰다. 묘하게 낯이 익은 실루엣의 그는 들어오자마자 탐색하듯 홀을 살폈다. 실크 깃을 덧 댄 검정 수트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렸다. 그 뒤로 깃털 장식을 한 모델 같은 금발 미녀가 보였다.


“로키? 금요일 약속이란 게.”


놀라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금발로 보였던 것은 황금빛 조명 때문이었다. 녀석 뒤로 은발이 성한 할머니가 곱게 화장을 하고 화려한 비늘 장식이 달린 드레스를 입고 서 있었다. 노부인은 로키에게 매달리다시피 팔짱을 끼고 있었다. 로키를 매우 사랑스레 쳐다보는 눈빛이 부담스러웠다. 로키의 이마가 조명을 받아 매끄럽게 반짝였다.


“이 분은 프라우 잔트만입니다.”


로키는 노부인을 인도하느라 매우 천천히 홀을 가로질렀다. 새오의 시선은 로키에게 가 있었다. 물론 로키를 보고 있는 것은 새오 뿐만이 아니었다. 미나는 로키와 프라우 잔트만을 이쪽 테이블로 안내했다. 로키는 묻지도 않고 새오 곁에 앉았다.


“모두 좋은 밤이에요. 젊은이들!”


프라우 잔트만은 힘겨운 숨을 몰아쉬었다. 노부인에게는 이 쪽으로 걸어오는 일도 힘에 부쳐 보였다.


“로키 덕에 오랜만에 재미있는 구경을 하는군요!”


노부인의 얼굴에 소녀 같은 생기가 돌았다.




적당히 소란스러운 식사가 시작 됐다. 새오와 로키는 은근히 스타일이 비슷했다. 둘 다 어딘 지 차가운 구석이 있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첫인상보다 말랑해지는 것이 그랬다. 로키는 이마에서, 새오는 콧잔등에서 찬 바람이 불었다.


각자 연주 솜씨가 훌륭한 세션이 잔잔한 쿨재즈를 연주해 감질났다. 나이가 지긋한 베이시스트와 젊은 일렉기타의 리듬이 어딘 지 조금씩 맞지 않아 거슬렸다. 드럼과 색소폰이 둘 사이를 오가며 적절하게 리듬을 탔다.


“이 사람은 어떻게 알게 됐어요?”


“방금 만났어요. 요 앞에서.”


“원래부터 알던 사이는 아닌 것 같고….”


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공항에서 만났는데. 우연히 여기서 또….”


“이 형은 어디서든 사람을 잘 만나요. 혹시 먼저 말을 걸었어요?”


잠깐 생각을 하던 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키는 새오에게 궁금한 게 많은 지 연신 질문을 퍼부었다.


“함부르크에서는 네가 먼저 말을 걸었지.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이 녀석이 갑자기 말을 걸었거든요. 그날도 우연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러게 말입니다. 다이히토어 할레에서 만났죠.”


로키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거기 카페엔 온통 빈자리였는데. 왜 그랬어?”


“그 자리는 제가 좋아하는 자리거든요.”


새오는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로키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함부르크 여행은 어떠셨어요? 겨울 북해는 역시 황량한가요?”


그녀는 붉은 소고기 카르파쵸를 잘라 입에 넣었다. 로키와 페리와는 조금 다르지만 역시 보기 좋게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했다. 아무래도 나는 남이 무언가 먹는 방식에서 호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로키 덕에 여행을 잘했죠. 좀 새로운 방식의 여행이었거든요.”


프라우 잔트만은 어느새 홀로 내려온 색소폰 연주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새오는 그들의 대화가 궁금한 것 같았다. 나는 무엇보다 로키의 날카로운 눈빛이 가소로웠다.


“이 녀석이 보기보다 옛날 얘기에 관심이 많거든요. 보기보다 취향이 올드하다고 할까?”


로키가 소리를 내 웃었다. 새오의 눈이 반짝였다.


“재밌는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그림자가 없는 그림으로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도펠갱어가 독일어라고 하던데….”


나는 슬쩍 로키 쪽을 쳐다보았다. 로키는 말없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유리잔에 반사된 빛이 커다란 손등에 어른댔다. 강하게 튀어나온 손등의 뼈. 매끄러운 포크와 나이프를 쥔 단단한 손가락.


“그림자를 잃어버린 남자와 회색코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밤에 그린 그림인가요? 그게 아니면…. 죽은 사람을 그리기라도 했나요?”


“죽은 사람에게도 그림자는 있습니다.”


로키가 선홍 빛 날고기를 자르며 말했다. 새오와 로키 모두 섬뜩한 말을 단정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새오는 이제 나의 이야기엔 관심이 없는 듯 로키 쪽을 바라보았다.


“독일 낭만주의 작품 읽어 본 적 있어요?”


“식물 학자의 이야기요?”


새오가 여유롭게 대답했다. 로키의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나는 새오의 하얀 이마가 총기로 가득 찼다고 느꼈다.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로키는 평소처럼 경계를 하거나 의심 없이 그녀를 대했다. 사람은 누구나 이성을 대할 때 어느 정도 다른 면이 있으니 참아 주기로 했다.


“그림자 말인데요. 사라지면 기분이 어떨까요?”


새오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지만 그것은 로키에게 묻는 질문이었다. 로키는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턱을 괸 채 새오에게 몸을 기울였다.


“그림자가 없다고 해도 그렇게 큰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다소 확신에 찬 나의 목소리에 로키가 인상을 구겼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럼 그림자를 잃어버려서 얻는 거라도 있습니까? 뭔가를 버리면 뭔가를 얻겠죠. 그런 것도 없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걸 넘기겠습니까?”


새오는 로키에게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내게 물었다.


“금과 보석이 가득 든 수레나. 금화가 나오는 주머니 같은 거요? 석양이 질 때 그림자가 늘어지는 곳의 끝을 파봐라. 거기에 금은보화가 가득할 테니.”


그녀는 어딘가의 책 구절을 떠올린 듯했다.


“어때요?”


“절대.”


로키가 고개를 저었다.


“전 다른 사람을 시켜서 파 볼 거예요.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새오의 말에 로키가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그건 너무한데. 그 사람은 어떡합니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말입니다.”


“보물에 눈이 멀어서 이성적 판단을 잃는 건 그 사람 잘못이죠.”


새오의 냉정에 로키가 웃음을 그쳤다.


“다른 사람을 시험하겠단 말인가?”


“그림자 이야기라는 게 결국 그런 거니까.”


로키는 아까부터 내 쪽은 거의 한 번도 보지 않았다.

나는 둘의 대화에 억지로 끼어들었다.


“자 여러분 메인 요리를 시킬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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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성탄 주간은 쉬어 갑니다.


Merry Christmas

Frohe Weihna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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