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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이 May 23. 2024

무책임한 글

매미의 일기

어떤 날은 단어들이 나른한 안개처럼 떠오른다. 의미도 없고, 특별히 재미있지도 않은 글을 쓰고 싶은 날이 있다. 이런 글들은 보통 일기장에 남기지만, 문득 독자들이 내 일기를 들여다보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 속마음을 엿보는 일이 그들에게도 새로운 흥미가 될지 모른다.


나는 주기적으로 일기를 지운다. 혹시라도 훗날 유명해져서 그 일기가 세상에 드러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하, 꿈은 크게 가져야 하니까. 유명해지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상상 속에서만큼은 자유롭다. 어쩌면 내가 일기로 노벨문학상을 받을지도 모른다. 아직 일기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은 없으니, 그 최초의 영광을 내가 차지할지도 모른다.


최근에 나의 사랑하는 조원준 바람소리님, 글 쓰는 연금술사님, 그리고 행복담기 씨소님 덕분에 큰 꿈을 꾸게 되었다. 그분들이 노벨문학상을 언급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들의 지지와 격려는 마치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는 별빛처럼 내 마음에 환한 빛을 비추었다.


노벨공모전은 없지만, 내가 사는 지역에서 주최하는 작가상 공모전을 신문에서 찾아냈다. 서랍 속에 잠자던 단편소설을 제출했다. 나는 긴 글보다는 짧은 글에 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가끔 희곡이나 소설을 쓰기도 하지만, 뭐가 됐든 완결을 지어놓는다. 그러나 발표는 하지 않으니, 어쩌면 미완성이라 할 수 있을까?


공모전에 보내고 나니 기분이 묘하다. 나의 무관심 속에서 무책임하게 써놓은 글을 보내는 것이 옳았을까? 그 글이 나의 진심을 담고 있을까? 결과야 어찌 되었든, 심사위원들이 내 첫 독자가 된다는 사실이 나를 설레게 한다. 수상하지 않아도 좋다. 완성을 이루었으니 기쁘다. 독자를 만났으니까.


여름방학이 기다려진다. 매미는 여름에 바쁜 게 아니라, 신나게 물장구치며 놀 것이다. 고막을 활짝 열어, 브런치 친구들의 이야기를 전부 흡수할 테다. 귀가 100개라면 좋겠다. 떠들기보다 잘 듣고 싶다. 나는, 가장 큰 귀를 가진 묵묵한 겨울의 매미가 되어 여름을 보내고 싶다.


나의 무책임한 글들아, 내가 더 많은 사랑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다른 이들의 글이 더 빛나 보여서, 너희를 싫어했다. 질투와 부러움 때문에 너희를 꽁꽁 묶어두거나 숨겨서 미안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너희도 세상에 나올 자격이 있다. 내가 주는 사랑이 부족하더라도, 너희는 나의 일부이기에 소중하다. 앞으로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사랑하리라 다짐한다.


나는 이제 글쓰기에 더 깊이 빠져들고 싶다. 단어 하나하나에 내 마음을 담아, 독자들이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내 글들이 더 이상 무책임하지 않도록,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솔직해지도록. 내 일기가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속에서 나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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