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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이 May 23. 2024

괄호 안의 글

아주 새롭게 써보고 싶다. 최근 슈퍼피포 작가님의 글을 종종 읽고 있는데, 대체 AI가 못하는 일이 뭐란 말인가! 그리고 오늘 박성진 작가님과의 댓글 대화로 심란하다. 낙관적으로 보고 싶지만, 인간의 감성을 복제해 가장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요리하는 AI, 그 솜씨가 놀랍다. 이런 시대에 태어나 '필멸의 작가' 선언을 해버린 것이 엄청난 도전이 되어버려서, 아, 이를 어쩌나 싶다.


(나는 생각한다, 따라서 존재한다. 하지만 AI는 생각하지 않고도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AI는 과연 자신을 어떻게 인식할까? 자신을 프로그래밍한 인간의 손길을 느낄까? 혹은 그저 데이터의 집합체로서 존재하는 것에 만족할까?) (괄호)(괄호)(괄호)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눈에 보이는 아무 단어나 내뱉곤 한다. 컵, 리드, 줄, 모니터, 눈에 띄는 대로 적어본다. 그런데 AI는 어떻게 원하는 단어들만 골라서, 그것도 미학적으로 알맞은 단어를 선택해 글을 쓰는 걸까? 그 비법을 알기만 한다면 나도 세계적인 작가가 될 수 있을 텐데, 하하하! 혹시 AI는 인간의 언어와 감정을 분석하는데 특별한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창작 과정을 데이터로 축적하여 예측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AI가 인간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그렇게 잘 이해할 수 있는가? AI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학습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AI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걸까?) (괄호)(괄호)(괄호)




어릴 적부터 글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 특별히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어느 순간 쓰기 시작했고, 그 글들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이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내 안의 숨겨진 감정들과 마주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잊고 지냈던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AI는 어떻게 이 과정을 따라올 수 있을까?


(기억. 기억은 흩어지고, 조각나고, 결국엔 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글을 쓰는 것일까? 기억을 붙잡기 위해,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기억의 파편을 모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 작업은, 마치 오래된 사진첩 속 잊혀진 사진들을 꺼내 퍼즐을 맞추는 것 같다. 퍼즐의 한 조각이 빠지면, 전체 그림은 완성되지 않는다.) (괄호)(괄호)(괄호)




여기에 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오래 살아봐야 100년 남짓이니, 이제 60~70년 정도 남았다. 남극에도 가보고 싶고, 마다가스카르에도 가보고 싶고, 갈라파고스 섬에도 가보고 싶고, 운이 좋다면 달나라도 가보고 싶다. 하지만 그 꿈들은 여전히 먼 곳에 있다.


(하지만 현실은 꿈과는 다르다. 현실에서는 시간을 쫓고, 돈을 좇고, 결국은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다른 무엇인가를 포기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괄호)(괄호)(괄호)




그런 곳에 가려면 돈도 모아야 하고, 건강도 잘 챙겨야 한다. 그래서 나름 사회에서 직업을 가지고 일하다 보니, 이건 웬걸. 쉽지가 않다. 괴로운 일이 많고, 멋진 일일 거라 생각했지만, 죽음을 너무 많이 본다. 죽음은 늘 가까이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죽음. 죽음은 모든 것을 끝내는가? 아니면 새로운 시작인가?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진다지만, 그 평등이 주는 위안은 너무도 씁쓸하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언젠가는 닥칠 운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운명 앞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괄호)(괄호)(괄호)




그래서 시를 쓰게 됐던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단지 글을 쓰는 것이 내게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나를 발견하고, 나를 이해하게 된다. 글은 내게 있어 가장 솔직한 나 자신과의 대화이다.


(하지만, 글이란 원래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예측하지 못한 길로. 그래서 글은 살아있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글을 쓴다. 인공지능은 그 길을 따라올 수 있을까? AI는 우리의 예측을 넘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을까?) (괄호)(괄호)(괄호)




인공지능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결국 인간의 감정과 존재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인간적인 불규칙함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 불규칙함 속에서 나는 나를 찾는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AI가 정말로 인간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저 우리 자신일까?



이제 다시 글을 쓴다. 컵, 리드, 줄, 모니터. 그리고 그 너머의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서.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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