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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May 23. 2024

새로운 얼굴

삼백 서른다섯 번째 글: 신규 선생님이 오십니다.

방금 전에 중간 발령이 나, 동학년 중의 어느 한 반을 맡게 된 선생님이 학교에 오신 김에 교실에 들러 인사를 하고 갔습니다. 교감선생님이 유독 올해 졸업한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스물네 살이라는 얘기입니다. 2001년생, 제가 2000년에 발령받았으니 그것만 따져도 그분과 저의 나이 차이가 만만치 않음이 실감 납니다.


여기에서 굳이 두 사람의 나이 차이를 거론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세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선생님이 저를 대할 때 어쩌면 체감상으로는 백 년 전 사람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볼 때 마치 딴 세상에서 온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느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김없이 겪게 되는 작은 홍역입니다.


한 마을의 노인 한 사람의 죽음은 작은 도서관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나이가 든 사람에게서는 지식으로 보완할 수 없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뜻이겠습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선 조금도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나이가 든 사람은 어딜 가든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 오죽하면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는 말이 있을까요?


언젠가 한 번 저보다 나이가 더 많은 분이 젊은 사람과의 트러블 때문에 속상해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지는 안 늙을 줄 아나,라고 하더군요. 그때 스치던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 젊은 사람은 결코 늙지 않는다는 걸 말입니다. 만에 하나 그가 늙게 되어도 절대 우리처럼 추한 모습을 보이거나 혹은 나잇값도 못하는 그런 사람은 안될 거라고 말입니다.


새로 발령받아 오는 분을 두고 제가 너무 생각이 앞질러 간 건 아닌가 싶긴 합니다만, 딱 한 분만 제외하고는 저와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납니다.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분이 한 분이고, 다섯 분은 스무 살 이상 터울이 집니다. 거기에 차이가 더 나는 분을 보고 나니 괜스레 걱정부터 앞서는 겁니다. 다들 기본적으로는 인성이 좋고 실력이 뛰어난 분들이긴 하나, 그런 것과는 별개로 반드시 세대 차이는 존재합니다.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대략 오십을 지나면서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젊은 사람들과 같이 웃고 농담하는가 하면, 요즘 유행하는 것들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이런 세대 차이를 넘어서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아니라 어쩌면 추태이고 주책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모든 건 자연스러운 게 좋습니다. 억지로 인위적인 노력을 가미하는 건 언젠가는 불협화음이 생기는 법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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