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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y 23. 2024

써보면 안다 3

0711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 일인지 써보면 안다.


손이 발이 되고

손이 뇌가 되고

손이 혀가 되고

손이 귀가 된다


신체의 변신은 하나의 귀여운 시작에 불과하다.


손에서 당나귀처럼 맥박이 뛰고

무수한 언어가 떼구루루 뒹굴고

생경한 기억이 수시로 태어나고

익숙한 사물이 수줍게 윙크한다


이 또한 글을 쓰면 나타나는 흔한 현상 중 일부이다.


인간은 두 번 살 수 없어서 글을 쓴다

인간은 두 번 죽을 수 없어 글을 쓴다


생사의 테두리를 정확히 읽어 내는 행위로 글을 쓰는 것보다 더 적확한 대안을 아직 알지 못한다.


글을 쓰면 그 누구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쓰기만 해도 보이고

쓰기만 해도 떠나고

쓰기만 해도 들리고

쓰기만 해도 풀린다


너무 명징해서 가짜로 착각하고 허투루 흘리면 바보다. 너무 가뿐히 도착해서 상상과 혼동해서 무시해 버리면 바보다. 너무 쉽게 해결되어 내 것이 아니라고 간과해 놓치면 세상천치에 바보가 된다.


쓰면 쓸쓰록 알게 되어 있다.


이것은 꼼꼼한 계약서처럼 이행된다.

이것은 완벽한 설계도처럼 작동된다.


한 번도 에러가 나지 않았고

한 번도 부작용 사례가 없다


사실 글쓰기 권장하는 책을 보고 사람들이 글 쓰는 인간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해서 안심이 되긴 하다.


이렇게 신비롭고 귀한 놀이가 전염이 확산되면 큰일이 나기 때문이다.


방송사도 망하고

영화사도 망하고

놀이기구도 멈추고

술집도 문을 닫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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