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May 22. 2024

기록과 새김

0710

노트에 시간이 새겨지고 있다.


글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시간이 앉는다.


종이에 스며드는 것이 잉크만은 아닐 것이다.


기록과 새김은 제각각 과거와 미래를 담당한다.


기록하고 있는가
새기고 있는가


무수한 시인들이 시간을 이름처럼 노래 불러왔다.


시인은 시간을 누구보다 깊이 인식하는 존재라서 시인인 걸까.


시간은 공간처럼 울타리도 치지 못하게 하고 그저 흘러감을 무심히 바라보게 한다.



같은 속도로 나란히 달려보기도 했지만 시간은 시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유독 여유가 없을 때에 글쓰기를 즐긴다.


글을 쓰는 순간 시간은 더디게 지나간다.


천천히 늙어가고 싶어서 글을 쓰지만 글쓰기를 멈추자 상대적으로 시간은 곱절로 빨라진다. 


그럴 때마다 기록하는 왼손에서 새기는 오른손으로 펜을 고쳐 잡는다.


시간을 내 맘대로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 글을 쓰는 시간이다.


그리운 기억을 어루만지고 싶은 날에는 기록을 하고

두려운 미래를 가만히 잡아두고 싶은 날에는 새긴다


글쓰기가 이토록 시간을 다루는 일임을 절감하게 될 줄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기억의 빛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