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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y 17. 2024

써보면 안다 2

0705

낯설게 보지 않으면 쓰는 것 자체가 낯설어진다.


익숙한 것을 익숙하게 쓰는 것의 진부를 생각한다.


익숙한 것들의 히스토리를 지우고 편견을 지운다.


사물은 수시로 변모해도 시선이 굳으면 뻔해진다.


익숙한 것들의 사이에 낯섦이 있다

익숙한 것들의 연결에 낯섦이 있다


글을 쓰며 그 낯선 사이를 배치하고

글을 쓰며 그 낯선 연결을 해체한다


지금 머리 위로 처음 보는 구름이 지나고 있다.


패턴을 가지지 않고 흐르는 구름이 가르쳐준다.


한 번도 자신의 전형을 보여준 적 없었던 비밀을.


낯섦의 성질이 궁금해진다.


낯설다는 지속보다 찰나의 감각이다.


소멸될 것 같은 아슬아슬함과 다시 못 올 두근두근거림을 선사한다.


길게 묘사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크로키 같은 생동감으로 덤벼들게 한다.


흔히 익숙한 나열 속에서 섬광처럼 느끼지만 낯선 것들은 이전부터 그러했으나 익숙함의 범주로 넣고 판단시간을 넉넉하게 확보하려는 요령으로 왜곡된 오해가 있다.


그것을 되찾는 길은 오직 글 쓰는 것 밖에 없다.


써보면 안다.


그 낯섦의 순간이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환희로 바뀌어 내 몸을 에워싸는 오묘한 신비를 경험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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