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은 교육공무원에게도 일반적인 직장인처럼 성과상여금미 지급됩니다. 한해의 각종 성과를 수치화해서 이를 등급으로 매기고, 이들 등급에 책정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등급은 S, A, 그리고 B입니다. S를 받으면 가장 많은 성과를 냈다는 걸 인정받는 셈이고, 반대로 B는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는 걸 의미합니다. 얼핏 보면 꽤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제도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이 등급이라는 것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예전과 같이 어떤 일제식 시험이 존재한다면, 하다 못해 시험 결과를 석차로 매기고 이를 등급으로 환산할 수 있을 테지만, 모든 지필 평가가 폐지된 지 오래인 지금 과연 무슨 잣대로 이 성과를 측정할 수 있을까요? 교육공무원에게 그 어떤 성과도 없다는 걸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성과는 있으나 이 성과라는 것이 우리 일의 특성상 서열화하기 불가한 것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교육공무원들은 성과상여금에 대한 반발이 다른 직종에 비해 심한 편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데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제는 다면평가관리워원회와 관련하여 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회의는 성과상여금 지급을 위한 기준안을 마련하는 자리입니다. 이 기준안에 따라 각자의 1년 동안의 성과를 스스로 평가하여 이를 점수화한 결과와, 대략 7인 정도로 구성된 다면평가자들이 전체 교직원들의 1년의 성과를 평가하여 이를 점수화한 결과를, 일정한 비율에 따라 서열화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됩니다. 앞서 얘기했듯 제도를 시행하는 데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심지어 굉장히 합리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 제도를 내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상당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다면평가관리위원회에서 기준안을 마련하는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모든 평가는 이들을 측정할 수 있는 일정한 잣대가 필요합니다. 어떤 평가에서든 잣대라는 것은 반드시 누가 봐도 공정하고 타당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이 마련하는 그 기준안이라는 게 공정하다거나 타당하다고 보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어떤 학년을 맡는 것이 더 곤란한지를 따집니다. 적어도 이건 학교의 특성상 획일화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더 곤란한 학년과 그렇지 않은 학년을 가르게 됩니다. 또 담임교사와 전담교사를 생활지도 곤란도라는 측면에서 구분합니다. 과연 이런 기준들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게다가 예를 들어 다면평가관리위원회의 위원 중 부장교사가 다수이면 아무래도 부장교사에게 부여되는 점수가 높게 책정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건 단순히 이기적인 발로에서 생긴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힘이 듭니다. 부장교사로서 일반 교사보다 더 많은 업무량을 소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어필이 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학교마다 사정은 다를 테지만, 대체로 이 기준안을 마련하는 데에 적지 않은 진통을 겪게 됩니다. 단번에 덜컥 해결이 되면 좋은데 그럴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준안 마련을 위한 협의회가 여섯 차례나 진행된 적이 있기까지 합니다. 본교에서도 이미 세 차례에 걸쳐 회의 시간을 가졌으나 현재까지로 봐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회의를 해야 하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우습게도 기준안을 정할 때 어떤 학교는 고성이 오고 가거나 멱살잡이까지 일어나기도 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다면평가관리위원 중 흔히 말하는 빌런인 사람이 있으면 이런 사례가 충분히 일어나게 됩니다.
객관적으로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고, 그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나온 수치화된 성과에 대해 교육공무원들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당신은 S를 받으셨군요. 작년 한 해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당신은 B를 받으셨군요. 작년에 도대체 뭘 하신 건가요? 올해에는 더욱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누가 생각해도 쉽게 받아들일 만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사기 진작이라는 차원에서도 그렇고, 이걸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감정까지 상하게 하니, 시쳇말로 최하 등급인 B를 받은 사람에게는 두 번 죽이는 꼴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올해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이 됩니다. 무탈하게 이 과정들을 이겨내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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