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May 16. 2024

소설 씁니다.

삼백 서른한 번째 글: 소설 쓰고 있습니다.

저는 소설을 씁니다. 요즘도 소설을 쓰고 있는 데다 이미 써놓은 것도 적은 수는 아니니, 제가 소설을 쓴다는 말이 명백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등단한 적은 없으나, 단편 열네 편과 편의 중편, 그리고 장편도 두 편을 썼으니, 제가 소설을 쓰는 사람이 맞긴 합니다.


그렇지만 전 어딜 가서 소설 쓰고 있다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말을 꺼냈다가 대뜸 상대방이 저에게 단행본으로 나온 소설이 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요. 소설가로 공인받은 적이 없는 저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꾸준히 소설을 씁니다.


명색이 소설을 쓴다고 하면서도 전 아직도 플롯이 뭔지 모릅니다.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어느 유형의 시점이 더 잘 어울리는지도 알 턱이 없습니다. 주변 배경을 묘사할 때도 어떻게 써야 되는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 어떤 것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도 전 늘 소설을 씁니다. 아니, 소설을 쓴다고 믿으며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


무슨 소설을 쓰냐고요? 아무것이나 닥치는 대로 씁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습니다. 판타지를 씁니다. 미스터리도 씁니다. 또 가끔 순문학 계열의 소설도 씁니다. 작품의 길이 따위도 제겐 고려의 대상이 안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단편의 분량으로 씁니다. 그러다 쓸 내용이 많아지면 어느새 중편이 됩니다. 그보다 더 할 말이 많으면 장편소설로 둔갑합니다.


어떻게 쓰냐고요? 글을 쓰다가 혹은 책을 읽다가 어느 날 문득 어떤 소재가 떠오르거나 생각 나는 인물이 있으면 곧장 소설 쓰기에 돌입합니다.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습니다. 스토리보드 같은 것에도 저는 의존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을 어떤 식으로 쓰겠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또 장면이나 상황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출현하곤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소설을 쓰는 방법으로 습작을 거론합니다. 소설이란 특정한 형태의 글을 어떻게 하면 쓸 수 있는지 그 감을 익혀 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전 습작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문장이 발전 없지 않느냐고 해도, 제가 구상한 내용으로 한 편이라도 더 제 손으로 쓰려고 합니다.


그렇게 쓰다 보니 작품성이 있을 리 없습니다. 제가 볼 땐 충분히 제 소설이 흥미롭게 읽히지만, 타인의 눈에도 그렇게 비칠지에 대해선 자신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저는 스토리의 완결 자체에 의미를 두고 소설을 쓰는 셈이 됩니다. 최소한의 재미라도 보장된다면 좋겠지만, 소설 쓰기의 기본이 안  저로서는 가히 넘보기가 쉽지 않은 경지입니다.


일전에 제가 쓴 소설을 읽은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이게 무슨 소설이냐고 했습니다. 고작 이런 걸 두고 소설 쓴다는 말을 할 수 있다면, '그런 소설은 나도 쓰겠다'라고 했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겁니다. 소설을 쓰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면 그 어느 누구라도 쓸 수 있는 게 소설이라는 겁니다. 전 오직 그것 하나만 믿으며 지금도 소설을 씁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 일 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