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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May 16. 2024

글쓰기 일 년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교육의 폐해인가. 다른 거지 틀린 건 아냐. 다른 거라니깐! 다른 거! 하지만 '다르다'는 것이 주는 공포와 불안을 이겨내지 못하고 이내 '틀리다'라고 딱지를 달아둔다. 틀리면 버리면 되지만 다른 건 참아내며 두렵게 공존해야 한다고들 생각한다.


보통은 그렇지만, 어떤 이는 틀린 것에 골몰하며 세상을 전복시킬 꿈을 꾼다. 왜 틀린 거지에 답을 찾던 방황을 계속해야 하는지 나는 잠시 망설인다. 나의 전복이 먼저다.




글 써도 좋아 허락을 받고 365일이 가득 지났다. 오늘은 새로운 다른 날이 되어야 하는데 틀리다고 낙인찍힌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틀리므로 나를 버려야 하는가. 방황하자. 존재의 철학이 신물이 날 때가 있다.



길게 쭉 이어진 넓은 길을 눈으로는 보면서도 마음이 닫히면 한 발도 내디딜 수 없다. 마음이 슬퍼서 마음이 선을 그어야 해서 마음이 누더기일 때는 도저히 글을 못쓰겠다는 푸념은 슬픈 습관이다.


글이란 이런 건가 보다.

묵직한 마음을 내려두는 숲

가벼운 마음을 걸어 두는 나무

흥분한 마음을 날려보는 하늘


비틀거리는 시, 논리가 허전한 산문, 오래 고민만 했었던 소설, 잡다한 일상 느낌을 꾹꾹 발행하면서 이게 대체 맞는 건가 항상 그런다. 맞지 않는 건 틀리는 거니까 나는 대체로 틀려먹은 글을 쓰는 건가. 조금 다르게 사는 거라고 애써 다독인다.


마음, 관계, 사랑, 갈등, 바람, 욕망, 표상, 태양, 소음, 사람, 갈증, 이기, 똘끼, 비밀, 증발...


오늘, 지금 다시 이어갈 내 삶에서 선택을 하고 좌절을 잇고 다시 하나씩 집어 들고 묵묵히 간다. 틀렸다고 선언하는 것도 나 자신이고 틀림 속을 살아가는 것도 나 자신이다. 내 틀림이 받아들여지든 말든 가야 하는 마음은 모두 내가 감내해야 할 무게다.


앞으로 일 년, 하루를 귀하게 더하며 살겠다. 

읽고 놀라는 충격

쓰며 비우는 자유

눈이 탐하는 갈증

마음 닿으며 안녕

살며 배우는 종료


숫자 맞추기의 효과는 불안의 봉합이다.

틀을 주문해

글자 담아서

불안 정리해

고착 인정해

그게 삶이지


글자 압박은 긴장의 정리다.

사랑

사람

시간

욕망

갈증


정체성을 규정한다.







도발모험종


도발(挑發)과 모험(冒險), 그러다 종() 칠 인생이다. 굳. 건. 히. 대체 뭐가 틀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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