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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y 06. 2024

써보면 안다 1

0694

글을 써보면 안다.

간절함과 욕망의 탐탁지않은 차이를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팔로어인지

나만의 간절함을 묵묵히 걸어가는지


글을 써보면 안다.

저 무수한 풀들을 무심코 지나쳤음을

어느 하나 제대로 이름부르지 못하고

존재의 깊이를 한줄 묘사하지 못한다


글을 써보면 안다.

내가 보유한 언어가 얼마나 빈약한지

누구의 마음 보듬을 단어도 부족하고

누구의 미움 돌려놓을 말도 빈곤함을


글을 써보면 안다.

쥐어야 하는 것이 펜이 아닌 맘이고

써야 하는 것이 글이 아닌 진심이고

늘 잘못 쥐고 쓴 탓에 헤매이는것을


글을 써보면 안다.

시간이 남아서 쓰는 글은 무한유예

장소가 있어야 쓰는 글은 직무유기

하루의 가장 앞에 놓아야 가능한일



글을 써보면 비로소 알게 된다


나의 능력의 무한함과 무능함을 동시에 알게 된다.


저 별이 왜 내 위에서 빛나는지


어제와 내일이 데칼코마니인지


그녀의 편지가 도착하지 않는지


버리지 않고는 거머쥘 수 없는지


원하는 것들의 어색한 불안에 대해


요령보다 기억을 바라보는 능력에 대해


쓰지 않고는 단 1초의 호흡도 고르지 않았으니 이의 반증은 슬프게도 하루 늦게 도착하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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