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May 07. 2024

마감 호들갑

0695

가로등이 머리 위로 지나간다.


일곱 개가 켜져 있고

일곱 개가 꺼져 있다


가로등은 잘게 쪼갠 등대다.


부두까지 안전하게 가려면 가로등이 세르파다.


산을 오른 듯한 일과를 마치고 하루를 내려올 때에 가로등이 지팡이 되어 지친 몸을 이끈다.


주먹만 한 오렌지빛 가로등이 머리 위로 떨어지면 렌틸콩 같은 고동색 눈물이 흘러내린다.


우뛰 잘 버텼구나 장하다 몸뚱이야


가로등 하나가 깜빡인다.


일과 중 나사 빠진 실수가 그것인가.



마감시간이 가까워진다.


조급해지고 난감해진다.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다.


글쓰기의 가치를 소리 높이다가 글쓰기로부터 펀치를 맞기도 하는 것이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오월의 하늘 같은 글쓰기여!


비소식에 우산을 들고 온 손이 분주해 글 쓸 여유가 없었다고 핑계를 대 본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으니 이 또한 나만의 갈등 운동장이다.


무엇도 장담할 수 없는 인생이다.


잔잔한 물줄기가 산 더미 같은 물결로 나를 덮치고 은은한 풀향기가 거대한 폭풍으로 나를 휘감는다.


그럴 수 있다.


그런 것이 흔한 일이다.


고마운 마음에 취해 펜끝이 말라버리는 날도 있다.


마음을 발행했으니 글이 시시해도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잘 살고 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