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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이 Jun 03. 2024

중고타이어

팡, 팡

나는 터져버린 중고타이어
녹아내린 고무의 슬픔에
바람의 비명소리가 섞여
기억의 파편들을
길 위에 흩어져 놓았다.


불꽃의 광기
철의 울부짖음 사이로
처절히 찢겨진
고무의 상처가
도로 위 비밀들, 목소리들로 새겼다.




꽝, 꽝
강철의 내림춤이
내리꽃을 것이다.




뒤틀린 도로
질주의 곡선이 눈 맞아
한 순간의 실수
용납되지 않는 세상에서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바람 잃은 껍질
버려진 잔해 사이에서
차고의 암흑을 떠나
빛을 기다리며
침묵 속에
뜨거운 숨을 뿜는다.




꽝, 꽝
짙은 밤하늘을

번개가 찢을 것이다.




새로운 눈빛에 갈망하는 시선을 내뿜으며
나는 여기 있어,
아직 살아있어.


팡, 팡

느껴봐, 닳아버린
고무의 시선으로
바람을 휘감는.


나는 여기, 길 위의
잊혀진 유령으로서
전사로,
영원히.




꽝, 꽝
끝없을 영원의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폭풍의 속도
불타는 고무의 향연 속에서
나는
부활한다.


잔혹한 세상 속 도로 위의
연기 속에서
나는
다시 굴러간다.



중고타이어의 속삭임 들려오네
무엇을 숨기고 있을까,
그 심연 속에.

각각의 긁힘과 흠집
모두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까,
빛바랜 꿈, 놓쳐버린 기회의
버려진 시간의 눈동자 속에서
불꽃처럼 타오르는가.

읽어봐,
분해해 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려는
중고타이어.

그 답은 어디에?
바람 잃은
절규 속
찾아봐
나는 기다리고 있어

희망의 끝자락에서,
여전히 기다리며
희미한 빛을
쫓고 있어


고무의 타오르는 검은 연기 속
철의 서릿발 같은 눈물이 흐르며,
기억의 조각들과 함께
무한의 순환 속
나는 중고타이어
여기서, 저기서
무한한 운명의 굴레 속을
다시 굴러가며 펼친다.



팡, 팡, 꽝

꽝.



나는
부활한다,
기억의 파편들이
새로운 길을 열고
희망의 끝자락에서
다시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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