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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이 Jun 17. 2024

날마다, 빛나


매일같이 닦아내요,  
창문에 서린 서리를.  
날마다, 매일같이, 끊임없이  
그 유리창을 빛나게 해요.



어떤 이는 서리를  
누이의 눈물이라 불렀지요,  
눈물 자국이 지워질 때마다  
창 너머의 세상이 조금씩 선명해져요.  
새벽녘의 어슴푸레한 빛과  
저녁노을의 붉은빛이  
하나하나 드러나죠.



저는 그저 이른 서리일 뿐이라 여겼어요.  
기억의 조각들이 얼어붙어,  
서리 속에 가려졌죠.  
손끝으로 닦아낼 때마다  
잊고 싶은 마음이 번졌어요.



기억은 겨울밤의 얼어붙은 공기처럼 서리로 내려앉았고,  
새벽마다 손끝을 얼어붙게 했어요.



아침 햇살이 번지는 창가,  
바람이 스치는 길목에서도  
나는 닦고 또 닦으며 빛을 되찾아요.  
다시 서리가 앉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저 닦고 또 닦아서 빛을 되찾아요.



매일같이 닦아내요,  
날마다 빛을 되찾아요.  
끊임없이,  
서리 속에서도  
빛을 찾아요.











○ 추천곡 : 대금연주에 실어 제 서리를 닦아봅니다.

https://youtu.be/q_H--ZN6OnQ?si=gIvXTvqpjKRlUGjV

청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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