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와 지도로 이해하는 사회적경제 2
한눈에 살펴보기
앞 장에서 설명한 대로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는 사회적경제기업이 활동하는 영역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너무나 당연히도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유형을 조금 더 세부적으로 알아야만 한다. 사회적경제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아마 이 부분부터 책을 덮고 싶을지도 모른다. 사회적경제가 어렵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자조 섞인 주장을 들어보면 대부분 유형의 복잡함 탓이다(이는 이미 앞 장에서 강조하였다). 하지만 다음 장부터 등장하는 사회적경제 관련 숫자와 지도를 신나게 읽어나가면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반드시 극복해야 하므로 조금만 더 힘낼 것을 권해본다.
다음 표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유형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정리한 것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으로 구분된다.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사회적기업의 인증 주체는 '고용노동부'이다. 사회적기업이 되고자 하는 조직체는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고용노동부에 인증을 받아야만 사회적기업 표지판을 기업 문 앞에 걸 수 있다. 인증을 받지 않은 법인이 '우리는 (사실상) 사회적기업이다!'라고 외부에 홍보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전 세계에 우리나라만 이렇게 겁을 주고 있다. 사회적기업 인증 전에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정부 부처 또는 지방자치단체(시도)에 의해 지정을 받을 수 있다(단, 필수는 아니다.).
협동조합은 일반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다시 구분되며, 주무 부처는 '기획재정부'이다. 일반 협동조합은 광역 시도지사 '등록'으로 설립할 수 있으나 사회적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 협동조합은 네 가지 유형 중 유일하게 조직체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방법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협동조합을 법인격으로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또는 자활기업을 창립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을기업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하여, 자활기업은 국가 또는 지자체가 인정함으로써 설립할 수 있다. 마을기업은 사회적경제기업의 네 가지 유형 중 유일하게 법률적 근거가 없다.
인증, 등록, 인가, 지정, 그리고 인정... 얼핏 들으면 비슷해보이면서도 다른 것 같기도 한 이 용어들, 솔직히 상당히 부담스럽다. 이 용어들은 국가 개입의 정도를 표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설립 절차부터 설립 후 유지까지, 국가가 많이 개입할수록 기업을 설립하는 대표님은 더 괴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개입이 많으면 많을수록 정책적 혜택이 많을 수밖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사회적기업의 '인증' 절차가 가장 까다롭고, 일반 협동조합의 '등록' 절차가 가장 쉽다. 그 중간 어딘가 즈음에 사회적협동조합 인가가 자리한다. 일반 협동조합에 대한 국가의 직접 지원은 거의 없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이 가장 많은 이유가 이 개입의 정도 때문이다.
사회적기업
왜 만들까?
'사회적경제=사회적기업'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 사회적기업은 우리나라 사회적경제의 대명사라 볼 수 있다. 실제 사회적경제를 공부해본 적 없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를 혼용해서 말하는 것을 종종 들게 된다. 이렇듯 대명사가 되어 버린 사회적기업, 왜 만드는 것일까?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나오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의를 잠깐 보자.
“사회적기업”이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ㆍ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
사회적기업을 만드는 목적은 세 가지이다. 첫째,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둘째,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하여 그리고 마지막 셋째, 지역사회에 공헌하기 위하여 설립하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 세 목적을 잠시 머리에 담아 두자. 잠시 후에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여하튼, 우리 법률은 사회적기업도 재화 및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다만, 이 세 가지 목적 등의 사회적 목적도 동시에 추구해야만 사회적기업으로서 자격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회적기업일까?
다음의 그림은 사회적기업이 활약하는 범위를 보여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그림에서 녹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사회적기업의 활약 범위이다. 비영리단체는 봉사나 자선 활동 등을 하기 위해 만들고, 영리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만든다.
이 두 극단의 너무나 다른 조직체는 서로 다른 이유로 녹색의 범위 안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비영리단체가 영리활동을 야금야금 시작하기도 하며, 영리기업이 돈을 조금 덜 벌더라도 굳이 자선활동을 하려 한다. 순수 비영리단체를 탈피하여 약간의 영리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사회적기업의 성격을 가지게 되고, 영리기업도 완전히 돈만 밝히던 것에서 탈피하여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사회적기업의 범위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이론적으로 사회적기업의 영역은 매우 넓다. 앞 장에서도 이미 비슷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하지만 이론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법인이 아무리 녹색 점선 안에 있어도 인증을 받지 못하면 절대 사회적기업으로 불릴 수 없다.
사회적기업의 (인증)유형 - 또 유형이 있다고?
이 정도에서 책을 덮어버리고 싶은 독자의 심정을 이해한다. 이 장에서 제시한 첫 번째 표에서 사회적기업의 세부 유형은 예비 사회적기업과 (본)사회적기업만 있다고 하더니, 또 유형 어쩌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세부 유형과 구분할 수 있도록 인증 유형(인증 신청할 때, 유형을 대표 스스로 정해야 한다.)이라고 칭해보도록 하자. 그렇다고 이 복잡함이 단순함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 그림과 같이 사회적기업의 인증 유형은 모두 다섯 가지가 있다. 우선 녹색 음영으로 표시된 유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유형은 모두 바로 앞서 설명한「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른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세 가지 사회적 목적을 기초로 정해진 것이다. 다시 한번 앞부분만 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사회적기업이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사회서비스 제공형) 또는 일자리를 제공(일자리 제공형)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지역사회 공헌형)함으로써...(후략)'...
그래서 잠시 머리에 담아 줄 것을 권유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혼합형과 기타형이 추가되어 있다. 혼합형은 사회적기업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 반 즉, 반반 정도의 목적을 가질 때에 해당하며, 기타형은 그 어떤 유형으로도 묶기 힘든 사회적 목적을 추구할 때 해당한다.
협동조합
왜 만들까?
최대한 간명하고 쉽게 쓰고 싶었는데, 사회적기업 설명만으로도 길어졌다. 갈 길이 먼데. 이번에는 협동조합이다. 최대한 빨리 가보자. 다음의 정의는 「협동조합 기본법」에 나오는 협동조합에 관한 설명이다. 두 가지 키워드가 핵심 같다. 첫째는 '협동', 둘째는 '상업조직'.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 생산 판매 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들이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상업조직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달리 소수의 권력자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다. 조합원이 평등한 권리를 행사하는 민주적인 조직으로 볼 수 있으며, 대표에 해당하는 이사장은 조합원을 대리할 뿐, 의사결정 권한을 몽땅 가지는 기업의 오너 같은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협동조합은 상업조직이라는 점이다. 협동조합은 이윤 추구가 매우 중요한 목적이다. 다만, 협동조합 자체가 추구하는 사회적 목적은 이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평등한 참여가 보장이 되고, 그 결실도 일방이 상당 부분을 독점하지 않아야 한다. 쉽게 말해, 협동조합은 여럿이서 협동해서 돈을 벌고 비즈니스 자체로 지역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만든다.
그런데 비영리 협동조합도 있다고?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가 정말 어렵고 복잡한 이유가 여기 또 하나 있다. 분명, 협동조합은 돈을 버는 조직이라고 했는데, 비영리 협동조합이 있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앞서 잠시 언급한 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 조직이다. 잠깐 다음의 표를 확인하자.
이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 법인이다. '협동조합 형태로 지역사회에 대두된 문제를 지역주민의 연합된 힘으로 풀어보자'라는 취지에서 도입된 정말 독특한 협동조합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신고로 끝나는 협동조합과는 달리 기획재정부(현재는 관계부처) 인가를 받아야 하므로 설립이 조금 까다롭다. 적립도 많이 해야하고, 특히 배당이 불가능하다. 공익사업은 40% 이상 수행해야 하므로, 이론적으로는 영리 활동을 60%까지 할 수는 있는 셈이다. 그래도 상업 활동을 주로 하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예는 거의 없다. 배당을 할 수 없으니, 상업 조직으로서 협동조합을 택한 이점이 거의 없는 것이니까.
마을기업과 자활기업
마을기업, 왜 만들까?
마을기업은 사회적경제기업의 유형 중 유일하게 국가 법률에 근거하여 설립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유형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마을기업의 정의는 도시재생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제정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나와있다. 해당 법률의 규정을 잠시 보자.
지역주민 또는 단체가 해당 지역의 인력, 향토, 문화, 자연자원 등 각종 자원을 활용하여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며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하여 운영하는 기업
마을기업의 핵심은 지역성이다. 마을주민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역 자산을 활용하여, 지역 주민과 공동(5인 이상 출자)으로 설립하기 때문이다. 마을의 문제는 공동체의 붕괴일 수도 있고, 일자리 및 소득의 감소일 수도 있으며, 돌봄이나 교육의 문제일 수도 있다. 물론 환경이나 전통문화 또는 식음료 관련 문제일 수도 있다. 다양한 문제에 지역 주민 스스로가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마을공동체의 역할이 마을기업의 태동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자활기업, 왜 만들까?
자활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 힘으로 살아감'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기 힘든 사람을 위한 정책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자활기업은 '2인 이상의 수급자 또는 차상위자가 상호협력하여, 조합 (협동조합)또는 사업자(주식회사)의 형태로 탈빈곤을 위한 자활사업을 운영하는 업체(한국자활복지개발원)'로 설명할 수 있다.
자활기업은 수급자 또는 그 차상위자가 상호협력하여 설립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이므로 '수급자'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수급자는 한 마디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근거하여 급여를 받는 사람을 의미하며, 급여는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으로 구분한다. 생계급여의 대상자는 기준 중위소득의 30% 이하의 소득을 올리는 사림이며, 의료급여는 40%, 주거급여는 46%, 교육급여는 50% 이하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대상자이다.
한편, 자활기업은 사업의 범위에 따라, 지역자활기업(기초자치단체), 광역자활기업(광역자치단체), 전국자활기업으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