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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leesia Dec 07. 2021

자본주의를 변화시키는 운동, 비콥

[서평] 비즈니스 혁명, 비콥 / 크리스토퍼 마퀴스 지음

 대학원 과정 중 있었던 Sustainable Management Strategy 과목을 들으며 B-Corp(이하 비콥)을 처음 접했다. 경영학으로 접한 비콥 인증은 뒤에서 비평할 책에서도 말하듯이, 투명성과 진정성을 요인으로 브랜드 충성도와 정당성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비즈니스 혁명, 비콥(크리스토퍼 마퀴스 지음, 김봉재・김미정 옮김)'에서는 내가 전략으로 배웠던 비콥을 '운동'이라고 소개한다. 주주의 이익에 과하게 초점이 맞춰진, 나아가 사익의 극대화가 자연스러워 격차를 발생시키는 현재 자본주의의 한계점을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이라는 목표이자 개념으로 해결하려는 운동 말이다.


 저자는 비콥에 대해 10년간 연구한 것을 이 책에 담았다고 말한다. 운동의 본진인 비랩(B-Lab)이 2006년에 설립되었으니, 거의 초창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성장하고 확산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책에 꽤 많은 비중으로 등장하는 인용구(비랩의 설립자들이 직접 얘기한)는 당시 모습을 영화처럼 상상하게 만든다. 그래서 제삼자가 써준 일기를 읽는 느낌도 든다.


 비콥 운동의 서사를 전개하기 전에, 저자는 자본주의의 변화가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작동방식을 근본적인 수준에서 변화시키면 경제는 훨씬 더 포용적으로 될 수 있다". 그리고 변화시켜야 하는 '근본적인 수준'의 대상이기도 하며 변화를 일으킬 주요한 주체로서의 기업(or 비즈니스)을 강조한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경영은 크게 두 가지 맥락으로 시작한다. '주주 중심의 지배구조를 전복시키는(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것'과 '외부효과(Externality)를 내재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이 이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필요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기업이 새로운 역할을 할 때 법적・재정적으로 지원할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저자가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보여준 것처럼, 문화적 흐름을 만들기 위한 비영리-영리, 기업-기업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 저자는  방향성을 실현시키는 최적의 모델을 비콥 운동을 통해 찾은 모양이다.


 비랩의 세명의 설립자가 '더 나은 시장을 위해 필요하다'라고 결론 지은 세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이 서술된다.

<책 95p 내용 中>

1. 소비자, 투자자, 정책 입안자에게 좋은 회사와 마케팅만 잘하는 회사를 구분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련의 표준(을 마련하는 것)
2. 설립을 허가받은 회사들로 하여금 지속가능성을 포용할 수 있게 하고, 사회적기업이라는 것을 경쟁의 우위 요소로서만이 아니라 기업의 핵심 목적과 책임성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인 체계(를 세우는 것)
3. 좋은 기업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집단적 의사표명.

 

 책의 주요 골자는 위 세 가지 요소를 충족하기 위해 비랩이 어떤 식으로 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지를 사례, 분석과 함께 설명하는 내용이다. 보면서 내용을 요약해 놓긴 하였으나,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인상 깊었던 부분과 이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 두 가지만 적어보려 한다.


 첫째는, 비콥이 '경영전략'이 아니라 전략적인 '운동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비랩은 비콥 인증을 확산하기 위해 초창기에 세븐스 제너레이션(Seventh Generation, Inc.)과 같은 선도(했던)기업들을 유입시키려 노력했다.


 비랩 입장에서 선도기업의 유입은 비콥 운동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확산의 기반을 마련하는 주요한 전략이었다. 선도기업은 문자 그대로 임팩트를 선도하고자 하는 기업이었으며, 본보기를 널리 제시하고 싶은 니즈가 있었다. 이들에게 비콥 인증은 본보기를 전파할 수 있는(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채널이자 잠재적으로는 플랫폼이었다.


 선도기업의 본보기에 공명하고 자신감을 얻어 비콥 운동에 동참하려는 기업들은 비콥 인증을 위한 평가인 BIA(B임팩트평가)를 통해 표명되고 있는 '좋은 기업'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좋은 기업'을 평가하는 그 기준을 개선하는 것에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인 비콥들은 비콥 인증을 플랫폼으로 삼아 소비자, 투자자들과 가치를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그린워싱', '임팩트 워싱' 우려하는 소비자들은 그들의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정보를 얻어갈  있다. 임팩트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은  소싱을 위한 정보와 심의 단계에 필요한 데이터를 얻는다. 이들이 얻은 정보는 '구매(혹은 투자) 의도' 이어져 기업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있는 기초가 된다.


비랩은 인증과 평가, 공개를 통해 여러 주체들의 가치를 공유하는 장場을 만들고, 이 위에서 그들이 필요로 했던 요소들을 충족한다.


 둘째는, '혁명이나 혁신'이 아닌 '책무성과 투명성'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비콥 인증기업 중에는 파타고니아, 올버즈, 벤엔제리스와 같은 기업도 있지만,  아서 플라워, 라이노푸드와 같은 기업도 있다. , 기업의 사명과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환경적・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들도 있는 반면, 제조업 혹은 소비재 산업에 속한 일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도 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자본주의를 변화시키기 위해 사회혁신이 필요하지만, 혁신이 아니면 답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은 옳지 않다. 비콥은 그 가능성을 매우 잘 보여주는 기업 형태이다. 비콥 운동은 기존의 비즈니스 전체를 뒤흔드는 과도한 혁신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적인 존재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유하자는 방향성이다.


 한국어판 제목인 '비즈니스 혁명, 비콥'이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의 평가다. 비콥이 그 자체로 혁명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들에게 '혁명'이라는 부담을 안겨주는 방향의 운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본주의의 전환을 꿈꾸는 기업과 기업가들이 부담 없이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비콥의 존재 이유 아닌가. (참고로 원문 제목은 'Better Business: How the B Corp Movement is Remaking Capitalism'이다).



 마치며..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출판한 책이라 그런지, 글의 전개 방식이 논문스러운(?) 부분이 많다. 또한, 400페이지가량이 되는 책이 그림 하나 없이(심지어 figure나 table도 없이) 구성되어 있어서 비콥의 확산을 위해 꼭 필요한 소비자들에게는 어려운 책일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의 역할, 책에서 거론되지 않았지만 비콥 운동의 주요한 협력 주체인 '학계'의 시각을 전하는 일을 해내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당시 상황이나 사례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선행 연구나 이론을 통해 비콥 운동의 효과를 해석하고 새로운 가설과 연구주제를 떠올리게 한다.


 반면, 비콥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균형적으로 담기지 않아 아쉬웠다. '인증'이라는 도구가 갖는 한계와 역효과는 이미 시장에서 많은 사례를 통해 드러났다. 예를 들어, 저자는 "평가기준의 지속적인 개선을 훌륭한 자산 중 하나"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은 언제나 개선이 필요한 기준이며 과반 의견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투자자들이 심의 시에 가장 어렵다고 꼽은 부분이 '통일되지 않은, 너무 많은 다수의 기준'임을 감안하면 유연함이 핵심가치로 고집해야 할 요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BIA를 비롯한 비랩의 표준들은 임팩트 관련 실무에서 가장 의존할 수 있는 레퍼런스임은 틀림없다.


+ 비랩 운동에 대해 최근 접한 것 중 하나는 그들이 참여하고 있는 임팩트 관리 플랫폼(Impact Management Platform) 소식이다. 이 플랫폼이 자본주의 전복에 얼마나 큰 힘을 더할지, 거기서 비랩이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된다.



#비랩코리아 #비콥 #비즈니스혁명비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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