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귀퉁이

인생 책

by Toi et Moi

창가로 뜨겁게 밝은 빛이 내리쬐는 여름날이었다. 내리쬐는 빛을 맞으며 땅 밑까지 내려가던 기분 속에서 환자처럼 누워있기만 했다. 침대에 잔뜩 웅크린 채, 푹푹 찌는 더위보다 더한 뜨거운 한숨을 토했다. 골방에 갇힌 늙은이 마냥, 푹푹 쉬어지는 한 숨 너머로 형용할 수 없는 심정을 쌓아 올리기만 했다.


언어화하지 못하니 꺼내 본들 형태를 구현하지 못한다. 형태를 갖추지 못한 말말말, 덩어리들을 누가 알아봐 주겠나? 대변할 길도 찾지 못하고, 내놓은들 이해할리 만무하다. 그나마 잠시 각종의 유수하고 무구한 윤기 나는 말들로 위로와 위안에 반짝 힘을 낼 수 있었지만 소용없다. 형태 없고 실체 없는 것들로 이해를 구할수록 기대할수록 실망만이 커질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실체 없는 덩어리! 잡히지 않는 덩어리!에 관해 마치 심정을 대면하는 듯한 책을 추천받았다. 책장을 넘길 수록 마음에 깊숙이 닿아 빚어낸 문장들과, 절절한 공감을 자아내는 어휘들이 휘감았다. 한없이 책 한 귀퉁이 귀퉁이마다 접었다. 대면하지 못한 사람에게 이토록 진한 이해를 받을 수 있을까? 언어화하지 못한 심정들의 우글거림들이 비로소 형태를 자아내고 우러나온다. 어마 무시하게 깊은 이해로 동질적인 어루만짐과 헤아림을 받자 매워지지 않았던 어떤 홀을 단숨에 메운다.


허망하고 무가치하게 느껴지는 어떤 것도, 시대와 현실이 주는 옭아매는 지랄스러움도, 나약함과 감정의 속박으로 인한 얽매임과 굴레 그리고 그 모든 게으름과 포기의 심정도 '생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는 태도'가 너무나도 놀랍게도 엄숙한 감동과, 쏟아 오르는 뜨거움으로 전율케 했다. 모든 순간의 장애와 벽을 허물어뜨릴 수 있는 의연함과 의욕을 마구, 마구 생성시키고 말아 버렸다.


득실거리던 마음에 빛이 들자, 끝내 괴로움이 고통이 의미를 부여받는다. 그리고 깊은 심층에서 무언가를 태동하게 하였다. 정말 고통의 무풍지대가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괜찮은 척해서, 괜찮은 줄 알았던 나날들에 이별을 고한다. 속 풀이를 못하고 탓하며 호소에 그치던 지겨운 소리들과 작별하고 이 책으로 거듭날 것만 같다. 내게는 너무나도 완벽한 책이다.



* 여러분의 인생 책은 무엇인가요? 머리와 가슴 모두 절절히 울린 글귀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