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구심점

고요하다.

by Toi et Moi


늘 그래 왔다. 용수철처럼 한참... 수축되었다가 힘껏 튀어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니까 내부 자극, 내부 목소리에 한참을 귀 기울이며 몰입하다가도, 끌어당기는 외부세계에 잔뜩 호기심이 일어났다. 그렇게 촉수를 곧추세우는 호기심과 들뜬 에너지로 세상을 향해 쉼 없이 감득하다가 세상 밖에서 얻은 경험의 자료들을 한 무더기 가져와 내면으로 웅크리고 들어가 곱씹었다.


나라는 개체를 끝없이 관찰하는 팽팽한 성찰 놀이, 사유 놀이, 탐색놀이라고 할까? 그렇게 발견되고 도출되는 나라는 부산물들이 어찌나 쪽팔리고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 내·외부를 오고 가는 긴장과 재미에서, 어쩜 더욱 자신을 더 잘 통제하게 되고 지배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어떤 기점으로 마음 프로세싱 속도가 증가한다고 해야 할까? 상처든, 기분이든, 새로운 곳의 적응이든, 대처력 등 등 말이다. 이러한 용수철 같은 궤를 그려온 게 나의 하루하루다. 이런 탄성도 높은 일상의 방식은 나에게 어떤 회복력이기도 하고 갖가지 흔들림에도 단단한 내면의 구심점을 탄탄히 이루어온 방법이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넓은 괘를 만들 때이다.


구심점을 이동할 때임을 직감하자 깊은 지루함이 파생한 무감각, 권태로움은 사라졌다. 이제는 침묵의 시간은 깊고 깊은 고요한 시간을 내어준다. 더 이상 침잠하는 시간이 아닌, 선물 같은 시간으로 다가온다. 잔잔하고 고요한 시간은 내면에 다시 귀 기울이도록 한다. 몰입을 낳고, 온전한 시간 지평을 열어준다. 생각은 멈추고, 동요하던 감정은 안정된다. 정신 사나운 불필요한 자극에서 벗어나 내면세계를 인식하게 한다. 고단하게 바삐 맞물려 돌아가기 바쁜 일상에 기계 마냥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돕고, 마음 안의 마음, 마음속 마음 그 밑 층을 좀 더 주의 기울이도록 미세한 틈을 열어준다.


고요한 내면세계를 헤엄치다 보면, 온몸 전체가 울리는 파장으로 각성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놓쳐왔던 것, 지나쳤던 것 무시했던 것들에 대한 직시와 응시를 가능케 한다. 막연하고도 잡다한 복잡한 내용물에 압사되는 것과는 다르다. 원치 않는 떠올림, 꼬리의 꼬리를 무는 연상으로 뭉게뭉게 피는 희뿌연 떠올림이나 과도한 생각과는 다르다. 허겁지겁 시간을 소비하거나, 때우듯이 써버렸던 시간과는 다르다. 층층이 쌓아 올리고 겹겹이 싸인 나라는 사람의 결들을 하나하나 그저 쳐다볼 수 있다.


이런 줄 알았고, 저런 줄 알았던 규정이나 눈을 가리는 쓸데없는 사고로부터 이완되어 불순물을 제거하니 진짜 나를 만난다.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듯이,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과 은하수를 올려 볼 때처럼 온 마음과 감각이 열린다. 무한하고 광활한 신비로운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시공간을 마주하듯이, 황홀경에 빠지듯이... 시간과 경계는 사라지고, 나와의 질서를 높임으로써 나와 세상과의 연결성도 한층 강화되어 흘러들어온다. 시간을 너머서 흐르는 파장과 에너지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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