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계, 보통계에 매몰되어 시간을 뺏겨가며 쓸려가며 살다 보면, 내 안의 잠잠한 각종 갖가지들이 튀어 오르지 못한다. 무엇이 있는지 조차 가늠하지 못한다. 꿈꾸는 삶이 아닌, 밤새 꾼 꿈처럼 망각한 삶으로 흘러가는 것조차 잊고 사는 삶이 되어 버린다.
잊고 사는 삶일지라도 시간을 때우듯이 낭비되어 사라져 가는 시간에 지속적인 후회를 한다. 아무리 후회를 하여도 결국 드러누워 맹목적 생각 없음에 빠져들고야 만다. 격렬히 아무것도 하지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만다.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만 싶다. 동시에 터무니없이 속절없이 흘러간 시간에 격렬한 반발심으로 보상심리가 고개를 쳐드니, 어딘가에 에너지와 시간을 마구 써버 린다. 1분 1초의 소중함 따위는 없다. 그렇게나 시간이 가는 게 싫으면서도, 상황에 사건에 휘몰 되어 흘러간다.
시간을 콸콸 흘려보내며 하루를 때웠던 건..
결국에 끝끝내 행위하지 않고 머무는, 곧 퇴행하는 행위는 그저 저항하는 것이자, 쇠퇴하는 에너지 작용에 내 자신을 떠맡긴 것이다. 하기로 한 것들이 밀려 밀려나가 몇 년째 머무른채로, 맘먹은 것들을 잊은 채로 말이드. 이는 또 다른 하나의 가능성을 열지 않은 채, 극단의 두려움을 모면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결과로 외로움과 우울을 내내 껴안고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시간에 저항하면서 스스로를 떠맡겨 흘러간 이유는 아마 역할 치중에 소진한 터이다. 내가 입은 역할에 충실하고자 함이, 역할이 나를 집어삼키고 만 것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역할로 고정된 관념과 이미지로 나를 잣대 지었다. 기어코 당연시하며 말이다. 어찌나 사회적 역할로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지 조차 몰랐으니 말이다. 나름의 시선을 의식하며, 클래식하게 요구되는 바람직성에 갇혀버렸다. 그리고 스스로를 망각한 채 너무 깊숙이 오래 들어가 앉아 있었다.
난, 나고. 역할은 역할이지만 그저 너무나도 잘 해내고 싶었을 뿐이다. 두 가지 사이에서 양립하지 못하고 어찌 하나를 홀라당 뒤집어 삼켰는지 모르겠다. 바람직함으로 사회적 역할의 옷을 너무 자주 입어 잠시 잊은 것 일게다. TPO에 경직되어 한 벌의 착장만을 고집해 주야장천 입어왔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역할을 정체성으로 팔팔 끓여내고 함께 깊이 조화되어 어우러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