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여행

도심 방랑자

by Toi et Moi

망설이고 망설이던 홀로하는 해외여행을 질렀다. 어느새 홀로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망설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더니, 착착 준비를 해간다. 그리고 디데이! 새벽같이 눈을 절로 떠서 움직이며 여행을 시작했다. 매일 여행 아침이 와우. 설렘, 흥분의 도가니다. 이토록 쏘다닐 수가 있을까? 내가 이렇게나 에너지가 많았을까?


매일 아침 퍽이나 뭉그적거리던 내가, 피곤해도 아침에 벌떡 벌떡 정신은 개운하게 일어난다. 반짝반짝 번쩍번쩍 눈이 떠진다. 도심을 옮겨 다니는 여행길 마다마다, 걷는 길 마다마다 더 이상의 머뭇거림은 필요치 않다. 곱씹고 되씹고 만끽한다. 마음에서 빠져나와 생생히 살아 움직이던 에너지로 차올랐다. 뿜어져 나왔던 기운을 잊을 수 없다. 모든 것을 낫게 하는 만병 통치약을 얻은 기분이다.


탄성 높은 에너지는 어디에서 올까? 낭만적 여행지도 아니고, 추억 쌓기의 일환으로 여행이 아니기에 도심 여행지에서 맞이한 일상은 기존의 일상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달리 느껴지고 다른 에너지가 뽐뿌 한다. 평소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한 이런 기분 찰나로 사라질까? 두려움도 잠시, 탄성 높은 에너지를 생성해내지 못한 이유를 떠올린다. 그냥 태연하게도 따분해지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인지... 극도로 세계를 축소하는 것인지? 확장을 금지하는 것인지? 멈추는 것인지..., 아리송했으나 사실 이 또한 자연스럽다. 현재의 나를 무시하면서 변화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 이대로 괜찮아야 시작한다. 항상 미적거릴 수밖에 없던 이유이자, 제자리에서 하염없이 헤매던 이유이다.


그러니 매일 오는 오늘이지만 오늘을 살련다. 매번 계절이 와도, 똑같은 계절일 수가 없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주어진 삶에서, 만들어가는 삶으로의 전환이 이토록 길게 걸릴 줄이야 알았을까? 만들어가는 삶은 기꺼이 애매한 불확실성 속 모호한 압력들을 받아들이고 의지대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자율적인 자유와 또 다르다. 그러나 둘러싼 긴장을 돌파하지 못하고 충분히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정작 멈춰서 버렸다. 세상을 향해 경계를 긋고, 이전의 경계를 확장하여 나아가지 못한 망설임, 가로막는 것을 그저 게으름으로, 성실함으로 이해해서 가능한 단순한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낯선 여행지에서 이리 저리로 쉴 새 없이 홀로 걸었던 걸음들이 전해준다. 내 삶을 이끌고 리드한다는 즐거움과 환희까지도 체감할 수 있음을 말이다. 세팅된 정신에 따른 정갈한 습관을 가지고 나아가면 될 일이다. 어찌나 족쇄에서 벗어난 기분인지 모를 것이다. 스스로 옭아맨 족쇄를 풀어헤치니 어디에 있건 어느 상황이건 자유의 향기를 맡을 수 있으니 말이다. 공간과 상황에 갇힌 내가 되지 않으니 말이다. 지금 주어진 시간을 더 감사히 소중히 체감할 뿐이다. 한층 밀도 있는 시간에, 나 자체가 깊이 몰두한다. 그러자 기분 좋은 상상, 앞으로 펼쳐질 기대들이 눈에 그려졌다. 그리고 그 기대를 잡아 보려 한다. 내 안에 잠재해 있는 삶의 과녁이자, 이상에 적중하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