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흥취를 느끼며 평화로운 호수처럼 살아가는 건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스스로도 바랬던 변화였는데 낡은 껍질을 벗지 못하고, 시간을 조작할 수도 지배할 수도 없음에도 심층의 갈망을 무시하고 과거의 표준적 패턴이자 생활방식에 길들여져 지냈다. 하지만 이를 깨닫자 지겨운 지루함은 깊은 고요함으로 변모했듯이 일상 속 소소한 평범함도 새롭고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균형감각을 발휘한다.
기본적인 여건은 제대로 된 루틴을 갖는 것이다. 새로운 삶의 조화와 리듬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쓸데없이 머리로만 천착하는 삶은 충분하지 않다. 재생 반복이 아닌 갈팡질팡이 아닌 질서 있는 리듬으로 루틴, 감각과 감정에 무뎌지는 무딘 반복이 아닌, 차원을 드높이는 생활 감각을 갖는 것이다.
루틴의 실험은 절로 얼쑤구나 이루어진다. 내 감정의 결에 따라 흐르는 무언가를 우연히 만난다. 무심코 흘러나오는 음악, 가사 한 구절, 누군가의 말 한마디, 누군가의 끄덕임, 눈빛, 영화 속 대사, 어느 한 구절로도 만날 수 있다. 일상의 우연들로 연상이 이어지고 단서들이 마구 출현해주니 발산과 수렴의 재료가 저절로 주입된다. 그 순간 사르르 환하게 마음이 떠오른다. 감정의 결이 흘러 들어갈 수 있는 무언의 통로를 만난 것처럼, 그렇게 서로 맞물리고 연결된다.
고요한 잔잔함 속에 퍼올릴게 가득하고 넘쳐흘러서 클리어하기도 바쁘다. 생산적 작업에 돌입하다 보면 어떤 어휘가 절로 튀어나오는데, 내가 이 단어를 알았나 싶을 정도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역시나 그 어휘가 문맥에 맞고, 딱인 것이다. 얼마나 웃긴가! 내가 썼음에도 내가 쓴 건가 의아해한다. 의아하기까지 머물러 응축하는 시간을 보내며 잉태할 것들을 숙성시키는라 애썼다. 그동안 수렴하며 응축했던 에너지가 이제야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 생활방식과 불가분 했던 관계를 분열해가며, 고정된 시간구조 속에 나만의 수렴과 발산의 시간 쓰임을 만들어내니 에너지가 흘러나오고 발산이 가능해진다.
내면에서 끄집어 올린만큼이나 외연으로 확장되려면, 꽉 찬 과실을 만들고 추수하려면, 끊임없이 고민하고 방황하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었다. 담대하게 나를 믿으며 두려움을 극복하며 내가 목말랐던 방향을 향해 그저 뚜렷하고 분명하게 나타내며 한발, 한발 걸어가기로 약속하니 드디어 자유인이다. 거창한 의미라 할 게 아니다. 나의 감각으로 나의 머리로, 나의 가슴으로 깊이 새기고 각인하는 날을 만든다. 변화는 혁신이고 변화는 미래이며 변화는 진화!라고 외쳐본다. 이렇게 버전 업하며 생생하게 살아가고자 한다. 그렇지 않아서 말로만 떠들었던 날을 고이 안녕하고 앎을, 소망을, 가치를 삶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일상을 새롭게 바꿔내는 순간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