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꽉 막혀 가로막힐 때마다 찾는 재조정 시간이다. 나무들에게 말을 걸어본다. 그 순간 잎사귀가 바람에 풍성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바람결에 움직이는 잎사귀를 보는 순간 흥취가 일어나면서 정서 모드가 켜진다. 바람결에 나무 잎사귀들이 사각사각 서로 부딪히며 춤춘다. 제대로 무장해제된다.
리듬감 있는 움직임과 바람소리를 귀 기울이면 어느새 말끔히 생각이 비워지고 평온함이 떠오른다. 바람의 촉감을 느낄 수 있어서... 자연과 조우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쓰레기 같은 기분에 시달리다가도 이런 감사함이 밀어닥친다. 덩달아 긍정적 기분이 끌어올려져 샘솟기 시작한다. 엉클어졌던 것들은 사라진다.
진정으로 산다면 저항할 필요가 있나? 정신이라는 것은 삶의 향연이라 했다. 그것은 삶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삶에서 이런 깨달음은 항상 다른 깨달음을 유발한다. 이미 표현된 형태로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살아가고 싶은 삶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적확히 스케치선이 비슷하다. 새삼 깨닫자 그동안 번민의 실체를 덩그러니 떠올리게 한다.
인생 마디마디에서 재 탐구, 숙고해야 할 시간을 거부한 대가는 이제 다 치른 것 같다. 이제는 갈래 갈래지는 갈라지는 마음들에 빠져서 더 이상 방해받지 않는다. 스케치 선을 잘 색칠해나가면 될 일이다. 탐구한 만큼 인생을 살아가면 될 일이다. 마치 바오밥 나무처럼 하늘에 뿌리를 둔 것처럼 굴어서 건조하고 기이하게 사로잡혀 있었지만 동시에 성장하지 않으면 뻔하게 결론지어지는 굴레로, 그 참담한 목적지로 처참히 흘러들어 갈게 뻔한.... 그 경로에서 용케 되돌아 나왔다. 실천할 때 진정한 앎이 아니던가! 이제는 내적인 경험을 외적인 경험으로 확대 재생산하며 실험한다. 또한 심리적 변모를 경험하니 같은 매일도 전혀 다르게 탈바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