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shing in the Spring, Pont de Clichy
내게 밝은 미래가 있을지 여부는 무엇보다 내가 하는 일에 달렸다고 믿어.
기력이 다하는 날까지 다른 어떤 길도 아닌 이 길로
묵묵히 투쟁을 계속해 나갈 거야.
내 작은 창을 통해 자연의 면모들을 즐겁게 관찰하며
애정을 다해 성실히 그것들을 그릴 생각이지.
누군가로부터 방해를 받으면 그저 방어하는 걸로 만족할 테다.
이 정도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니
그 무엇도 나를 이 길에서 돌려세울 수 없을 거야.
-빈센트 반 고흐, 1882.7.23 -
작가노트
빈센트는 그의 작은 노를 아주 꼬옥 쥐어 보았습니다. 그의 노는 나무의 온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것이었습니다. 강은 넓고 길며 함께 가기를 원하는 이들까지 있으니, 그는 눈길을 더 멀리 두었습니다.
빈센트에게 주어진 노는 작고, 더군다나 바람의 방향도 제멋대로이고, 더해진 무게는 잠시 그의 마음을 흔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더 강하게 그의 작은 노를 움켜쥐었습니다. 그의 마음속에서 항해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노는 어떤 것일까요?
문득 제 손에 쥐어진 '나의 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저 스스로는 '나의 노'는 언제나 너무 작고, 내 존재에 비해 볼 품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늘 더 좋은 것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인데 어째서 세상은 이리도 불공평하게 보잘것없는 '노'를 던져주는 것인지.' 아주 오랫동안 초점은 '나의 노'가 아니라 '불공평한 세상'이었습니다.
저에게 한차례 큰 바람이 지나가고 나서야 '나의 노'에게 시선을 주었습니다. 조금은 먼지가 쌓이고 낡고 빛이 바랬지만 그래도 쓸만한 것, 나의 작은 기억들을 담고 있는 것. 이사 가는 날 마지막으로 옛집에 인사를 남기는 마음 같은 것이 스며들었습니다.
그 이후 요즘의 저는 '나의 노'에게 이전과는 다른 마음과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선한 목적'을 위한 '선한 수단'이 되도록 따뜻하고 부드럽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없더라도 지금의 '노'의 역할을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나의 노'를 저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빈센트는 자신의 노가 먼 길을 가기에 한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순수하게 예술이 가져다주는 즐거움과 그것이 줄 선한 영향력에 집중하며 항해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곧 '노'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늘 나름의 성장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발견했겠지요.
오늘 하루 모두의 항해를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