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아 Dec 20. 2019

테오와 빈센트의 파리

Theo and Vincent in Paris

Theo and Vincent in Paris, illustration by KJA, Digital Painting




우리 희망을 갖기로 해. 형의 불행은 분명 끝날 거야.

- 빈센트 형에게, 1889.5.2 -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 되고,
자신이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낄 때인 것 같다."

- 테오에게, 1879.11.15-

    







작가노트


테오가 형에게 보낸 편지를 읽다 보면, 그가 빈센트를 바라보는 따뜻하고 세심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현실에 두발을 딛고 살고 있는 테오에게 공중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오르락내리락하는 형의 모습을 보는 것이 힘이 들기도 했을 텐데, 테오는 늘 그렇게 너그러움과 넓은 이해심으로 형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테오는 그런 형이 언제가 자신에게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날아오를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 54번지 아파트에서 테오와 빈센트는 일 년 하고도 반을 함께 살았습니다. 빈센트는 이곳에서 파리의 도시생활과 당시 인상파 화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파리를 떠날 때쯤 빈센트는 이 도시에 많이 지쳐있었지만 그래도 그의 일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시간과 공간이었습니다.


이번 그림에서는 파리에서 빈센트와 테오의 일상적이지만 좋았던 어느 하루가 담긴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일상이라고 하는 것을 보통은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여행지에서 일상의 분위기에 둘러싸일 때, 여행의 두근거림과 흥분보다도 더 큰 행복감과 더 오래 지속되는 기억을 갖게 됩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일상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껴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림 속 저 장면은 앞날을 알 수 없었던 두 형제에게 아주 일상적인 그러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하루였을 것입니다. 빈센트가 말했던, 사람과 더불어 살며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º 여행자를 위하여

Appartement de Théo Van Gogh

ADD : 54 Rue Lepic, 75018 Pari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