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아 Jan 03. 2020

빈센트 그리고 나를 위한 여정

VINCENT ROAD

VINCENT ROAD, illustration by KJA, Digital Painting




빈센트는 이제 그가 사랑해 마지않던 자연 속으로 홀로 걸어 들어갑니다. 그 길에서 곧 빛을 만났지만 빛은 언제나 어둠과 함께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를 둘러싼 빛과 어둠의 움직임 그리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빛과 어둠의 움직임이 언제나 조화롭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빈센트는 성숙했고 이제 안정적으로 그 모든 것을 삼키며 걸어갑니다. 그는 아직은 뒤돌아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를 부르면 언제든 뒤 돌아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마음속의 빈센트를 불러보세요. 그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나요?


illustration by KJA, Digital Painting






안녕하세요, 그림을 그리는 정아입니다.

총 12개의 그림으로 구성된 빈센트 연작이 오늘로 끝을 맺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빈센트를 무겁지 않게 잘 떠나보내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는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까지 그린 모든 그림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보니 이 그림들이 빈센트를 위한 애도 작업이었구나 하고 느껴졌습니다.


빈센트 연작을 처음 그리기 시작했을 때 저의 마음 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빈센트를 더욱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했고 그에 관한 많은 사실을 알아야만 했습니다. 초반만 하더라도 그의 글 속에서 마주하는 패배감과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끼며 슬프고 가여워 눈물도 흘렸습니다. 그러나 빈센트에게 몰입할수록 그가 보인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생을 위한 간절한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그가 정말 대견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점점 빈센트의 순간들을 저에게 투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살면서 겪었던 아프고 상처 입었던 순간들 그리고 상처 입은 내가 가여워 차마 돌아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외면했던 순간들로 돌아가 나 자신과 마주했습니다. 그곳에는 아직도 울고 있는 '내'가 있었습니다. 오래 방치된 어떤 순간은 이제 왜 그토록 아픈지 조차 망각한 채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습니다. 저는 '울지 말라'는 말 대신 '미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고생했다'는 말로 '나'를 안아주었습니다. 이제 저는 무너지는 자신조차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작업에서 얻은 가장 큰 의미는 나에 대한 애도 작업이었습니다. 


건강한 애도 작업을 통해 저는 그림을 마무리하면서 또 다른 주제로 수월하게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제안의 회귀본능으로 인해 빈센트를 불러내겠지요. 그때는 빈센트가 울고 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THE END-



illustration by KJA, Digital Painting


#일러스트레이션 #빈센트반고흐

이전 11화 선물이 된 욕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