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저널 2-15 책이 없으면 왠지 불안하다
잠깐 외근을 나가는 데도 나는 손에 읽을거리를 하나라도 들고나가는 버릇이 있다. 왠지 공백이 생기는 시간에 할 일 없이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기보다는 책이라도 몇 줄 읽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나는 책을 '참'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 살던 우리 집 밑에는 서점이 있었다. 우리 집은 작은 지방 도시의 터미널 앞 상가 건물 맨 위층이었다. 상가 건물이다 보니 그 건물에는 다양한 상점들이 있었다. 중국집도 있고 빵집도 있고 그리고 서점도 있었다. 엄마 아빠가 맞벌이를 하셨기 때문에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빈 집에 혼자 올라가 있기보다는, 늘 사람들이 북적이는 이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 서점에서는 언제난 뭔가 새로움이 느껴졌다.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쪽 계산대 뒤 서점 주인아주머니가 늘 나를 반겨 주셨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시절 서점, 특히 터미널 앞 서점은 초등학생이 자주 가서 읽을 만한 책들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월간 만화 잡지들 (지금 이름이 기억나는 것은 '보물섬' 이 유일하다) 뭐 그런 것들 정도였던 것 같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들이 그리 많지 않았던 지리적 위치의 서점이다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늘 제일 작은 문고판 책들을 찾았다.
어린 시절 내가 책에 푹 빠져 살게 된 계기는 늘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정신없이 읽었던 이 문고판 책들이 아니었나 싶다. 읽다가 너무 좋으면 용돈을 쪼개서 그 책을 사서 들고 오곤 했다. 그때는 책 표지가 그리 두껍고 튼튼하지 않아서 그냥 책을 읽으면 금방 표지가 헤져 나갔다. 그래서 책을 사면 아주 얇은 종이로 책을 포장해주었다. 그 종이는 그냥 별다른 감흥이 없는 꽃 모양 포장지이거나 아니면 어떤 때는 그 서점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 포장지를 감싸 안은 책을 다 읽고 나서 책꽂이에 꽂기 위해서는 답답한 포장지를 뜯어 내어야 했다. 샤것마냥 깨끗한 책 표지를 다시 대하면 내가 읽었던 책이 이 책이었구나 새삼 흥분이 되고 마치 또 새책을 선물 받은 것 모양 기분이 좋았다. 책상 옆 책꽂이에 마치 전리품처럼 한 개씩 꽂아가는 즐거움을 그때 알았던 것 같다.
거의 매일 이런 시간들을 보낸 덕분인지 성인이 되고도 나는 책을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비어 있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시간이 비고 한가하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습관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엄청 대단하게 책을 통한 통찰을 얻은 것도 아니다. 그냥 소일거리다. 어려운 책은 그리 잘 읽어내러 가지도 못한다. 책을 많이 읽어서 책과 관련된 뭐 그런 일을 하고 있지도 않다. 그저 인생을 살면서 친한 친구를 늘 곁에 둘 수 있는 습관이 하나 생겼다고나 할까?
어린 시절 서점 바로 위에 살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지금은 더더욱 서점의 숫자가 줄어들었으니 말이다. 나는 참 좋은 경험과 기회와 추억을 안고 사는구나 싶어 요즘 들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들과 최대한 자주 서점에 들르고자 한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는 버스로 두 정거장 정도를 가면 누구나 아는 대형서점이 있고 중고서점이 있다. 예전처럼 매일 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한 달에 두어 번은 서점에 가려고 노력을 한다. 아들에게도 나와 같은 추억과 기억을 심어주고 싶다는 작은 바람을 안고.